29년 전이다. 1990년 10월 11일. 북한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북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 분단 전 서울과 평양을 오간 경평(京平)축구전을 복원해 민족 동질감을 회복하자는 의미의 행사였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11회 아시안게임을 마친 직후 현지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곧장 평양으로 날아갔다. 순안공항에 내린 대표팀은 엄청난 인파의 환영을 받았다. 대회 당일 5·1경기장에는 15만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관중들은 나무토막으로 된 ‘딱딱이’라는 응원도구를 양손으로 치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결과는 북한의 2대 1 역전승. 같은 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2차전에선 우리 팀이 1대 0으로 이겼다.

우리 여자 축구대표팀도 평양 원정을 경험했다. 2017년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이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러졌다. 당시 대표팀은 서울을 출발해 베이징에서 하루를 묵은 뒤 평양으로 향했다. 비록 우리 측 응원단은 방북하지 못했지만 경기장엔 태극기가 걸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북한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전 속에 경기는 1대 1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 대표팀이 10일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2차전 홈경기에서 약체 스리랑카를 완파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대표팀은 곧 평양 원정길에 나선다. 15일 오후 5시30분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H조 3차전을 치르기 위해서다. 조별리그에서 각각 2승을 거둔 한국과 북한이 1위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경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 37위, 북한 113위로 격차가 있다. 역대 전적에서도 7승8무1패로 한국이 크게 앞선다. 하지만 남북 대결에서 과거 기록은 큰 의미가 없을 터. 수용 인원 10만명의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울 북한 관중의 열광적 응원, 축구팬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여부도 관심사다.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 남북 대결이 펼쳐지는 건 처음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예선 때도 남북이 맞붙었으나 당시 북한은 정치적 이유로 홈경기를 포기하고 제3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경기를 치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양의 문을 연 것이다.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남북관계도 소원해진 상황에서 평양 원정이 민간교류의 길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박정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