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오디션 프로그램은 ‘악마의 편집’이란 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슈퍼스타K, 프로듀스 101, 쇼미더머니 등이 풍부한 사례를 제공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중이 잘 모르는 인물을 등장시켜 쇼를 진행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이효리나 김건모 같은 기성 연예인은 성장배경부터 성격까지 다 알려져 있어 출연과 동시에 쇼에서 차지하는 몫이 정해지지만 무명의 오디션 참가자는 그렇지 않다. 시청자에게 모든 것이 낯서니 제작진이 ‘캐릭터’를 설정해주는데, 죄다 호감형 인물로 채우는 것만큼 따분한 구성도 없어서 갈등과 질투와 도발적인 모습을 부각시켰다. 무대 뒤 인터뷰의 편집, 출연진 표정의 시차 편집, 자막의 편집 등을 통해 어떤 이는 대중의 환호를 받고 어떤 이는 비웃음을 받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을의 처지라 항의도 못하던 출연진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시정 명령을 했을 정도였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악마의 편집을 유발하는 요인은 제작진의 의도 외에도 방송시간의 제약이 있다. 긴 인터뷰를 15~20초로 끊어야 하는 환경은 맥락을 충실히 전하기 어려워 종종 진실의 왜곡을 낳는다. 같은 장르로 분류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가 편집 논란에 휘말렸다. 조국 사건에 등장하는 프라이빗뱅커를 인터뷰했는데, 90분 분량을 20분으로 편집해 방송했고 잘려나간 부분에 미묘한 대목이 많았다. 검찰을 긍정적으로 말한 부분들이 제외됐다. “제가 처음엔 음모론으로 접근했는데 (검찰이) 실제적 진실을 밝혀줄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해요.” “이 사람들(검찰)도 결국은 재판 가서 싸워야 되니까 없는 얘기는 못 만들어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잘못을 인정한 부분도 빠졌다. “(하드디스크에 손댄) 행위 자체로 증거인멸이라고 인정하는 게 맞아요… 정 교수님도 거부(부인)하기 힘드실 거예요.”

인터넷 방송 특성상 시간 제약은 거의 없었을 테니 이런 편집은 제작진의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의도를 유 이사장은 인터뷰 중 내비쳤다. “사실은, 저는 더 중요한 건 정경심, 조국이 안 다치는 거거든요.” 자신이 이 사안을 대하는 방식은 언론과 다르다며 한 말이었다. 그는 최근 방송토론에서 “진영 논리가 왜 나쁜가. 우리 각자는 진영을 선택해 생각을 주장하면 된다”고 했다. 진영 논리가 나쁜 이유를 스스로 보여준 듯하다. 내 편만 생각하는 논리는 이렇게 왜곡을 낳기에 나쁘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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