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이 9일(현지시간)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북동부 국경도시에 대해 공격을 개시했다. ‘평화의 샘’이라고 명명된 이번 작전으로 시리아 주변의 기존 국제 질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특히 ‘중동의 집시’라 불리며 독립된 민족국가 건설을 꿈꿔 왔던 쿠르드족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됐다. 터키의 지상군 투입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터키가 공격에 나선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내 미군 철수 결정이 직접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민병대를 조직해 미군과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벌여 왔다. 2017년 IS의 수도인 락까를 탈환하고 지난 3월 IS의 최후 거점인 바구즈를 함락시키는 데 일조했다. 지난 5년에 걸친 IS 격퇴전 과정에서 쿠르드족 1만100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쿠르드족은 미군 철수 결정에 대해 ‘혈맹이 등에 비수를 꽂았다’며 강한 배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미국이 철군키로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1947년 ‘트루먼 독트린’ 이후 여러 지구촌 분쟁에 개입하며 세계 경찰의 역할을 해 왔지만 미국의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다.

쿠르드족의 비운은 이런 점에서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무역적자나 방위비 부담에 관해 불만을 토로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한·미 훈련을 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불공정하다”고 압박했다. 실제로 한·미 연합훈련은 규모가 축소되고 저비용 방식으로 구조가 바뀌기도 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북한 핵 협상에서 미국이 한반도의 예민한 안보 상황을 간과하고 자국의 실익만 중시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시리아 철군은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소통을 더 강화해 한·미동맹이 훼손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북핵 협상 과정 등에서 안보에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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