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에서 연설하는 미국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 절차를 보이콧하면서 민주당이 대응방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민주당이 탄핵 조사 개시 절차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찬반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일단 소환장 발부 권한을 적극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와 전면전을 벌일 계획이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직적 방해를 무력화하기 위해 찬반투표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BC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표결 없이 탄핵 조사 착수를 선언했다. 본격적인 탄핵 절차가 아니라 탄핵의 필요성을 따지기 위한 조사작업이기 때문에 하원 법사위원회 권한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공화당은 펠로시 의장이 일방적으로 탄핵 조사를 개시할 권한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조사 당시에 하원 표결을 거쳤던 것도 공화당의 반격 논리였다.

백악관 역시 찬반투표 없는 탄핵 조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하원이 찬반투표를 하면 탄핵 조사에 협조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만약 우리에게 합당한 권한이 주어진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찬반투표에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닉슨·클린턴 전 대통령 때처럼 하원이 표결을 거쳐 탄핵 조사 결의를 채택할 경우 공화당도 소환장 발부 권한을 얻는다. 하원을 장악해 소환장 권한을 독점한 민주당으로서는 응하기 힘들다. 민주당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등 다수의 관련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는 맞불작전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CNN 등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 거부 명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찬반투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위반했고 이 나라를 배신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명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에 “잠에 취한 조 바이든이 나의 탄핵을 요구하는 걸 보니 한심스럽다”고 비꼬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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