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 참석을 위해 정부 대표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이 총리는 2박3일 동안 즉위식과 아베 신조 총리 주최 연회에 참석하고 일본 정계 및 재계 주요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총리의 방일이 주목되는 이유는 꼬일대로 꼬인 한·일 관계의 매듭을 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지소미아(GSOMIA·지소미아) 종료, 강제징용 배상 관련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 등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의미가 있다. 핵심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이다. 정부는 아베 총리와의 회담 여부에 대해 발표하지 않았지만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회담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 징용판결 이후 1년 만에 양국 최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셈이다.

이 총리의 이번 방일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총리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도 이 총리의 방일에 대해 “한·일 관계 개선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무게를 실어 줬다. 지금 한·일 관계는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으로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은 한·일 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1990년 11월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 이후 29년 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에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것 자체가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한·일 관계가 금방 풀릴 것처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회담 실패의 경우에 대비해 리스크를 최소화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이 총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든 아베 총리와 의미있는 회담을 갖고 갈등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 아베 총리는 즉위식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단과 50여 차례 개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 회담이 여러 회담 중 하나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방일까지 일주일 여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의례적인 회담이 되지 않도록 준비와 물밑 조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한국이 지소미아를 복원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사안만 해결된다면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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