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적조’에 이어 ‘문적문’이란 신조어 유행하고,
조국 수호가 검찰 개혁이라는 견강부회가 난무하는 세태
나라가 두 동강 나더라도 조국 지켜야 한다는 도그마가 나라 병들게 해


‘조국 사태’가 두 달 이상 지속되면서 상식이나 순리와 동떨어진 해괴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나라가 극심한 분열로 치닫고 있으나 ‘조국 사태’가 언제쯤, 어떻게 막을 내릴지 가늠하기 힘들어 답답한 상황이다.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대통령과 현 정권 실세인 법무부 장관은 열혈 지지층이 쌓아올린 울타리 안에서 도통 나오려 하지 않는다.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도 휴일을 반납하고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시민들의 외침은 마이동풍이다.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6000여명의 교수들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 여전히 공정과 정의를 언급하고, 조국 때문에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진 것을 보면서도 분열이 아니라는 등 유체이탈 화법으로 평범한 시민들의 부아를 돋우고 있다.

조국 사태 직후 나온 말은 ‘이건 나라냐’는 것이었다. 박근혜정부를 빗대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집권한 문재인정부 행태가 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더니 요즘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답지 않은 나라’라는 지적이 자주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이하고 끔찍한 나라’라는 등 보다 적나라한 비판도 있다. 임기 반환점을 코앞에 둔 현재 ‘문재인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구나’라는 집권 초기의 기대감은 사라졌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과 상실감이 커져가는 상태다.

나라보다 조국 장관이 우선이라는 집권세력의 도그마가 주요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애용하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이라는 8자 구호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조국이 누구인가. 그 일가가 검찰의 조사를 이미 받았거나 받고 있다. 특권과 반칙, 불공정과 부정으로 얼룩진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조사가 진행되겠는가. 조 장관도 수사선상에 있다. 예전 같으면, 그리고 상식선에서 보면 조국의 장관 기용 자체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각국 역사를 뒤져보더라도 이례적이다. 개혁의 적임자도 아니다. 개혁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여권 전체가 조국이어야만 검찰을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니 공감을 얻기 힘든 건 불문가지다. 게다가 ‘강남양파’라고 조롱 받는 조 장관이 차기 대선 주자 3위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말문을 막히게 한다.

문 대통령은 지명 철회 대신 임명 강행이란 무리수를 택한 이후 조국 일가를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거나 조국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주위의 반대에도 ‘나쁜 선례’ 언급하면서 호기 있게 임명했는데, 어정쩡하게 임명을 철회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당부했던 것과 배치된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에 이어 ‘문적문’(문재인의 적은 문재인)이란 신조어가 유행하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부인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를 드나드는데, 남편은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아 부인을 수사하는 특수부를 줄이겠다는 등 압력을 넣는 괴상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권의 위세 때문인지 사법부는 집권세력 코드에 맞춰가는 모양새고, 조국 일가의 뻔뻔한 수사 지연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다 친문 논객들은 가짜뉴스와 궤변을 동원해 혹세무민하며 조국 수호와 ‘윤석열 찍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자기편이면 잘못했어도 무조건 옹호하고, 그것이 사회정의라는 집권세력의 자기기만과 독선이 나라에 미치는 악영향은 지대하다. 대한민국을 갈등과 혼탁 속으로 밀어넣었을 뿐 아니라 불공정과 불의, 불평등, 특권과 반칙이 정당화되는 ‘이상한 나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가뜩이나 어려운 안보와 경제 환경 극복을 위해 국론결집이 중요한 마당에 ‘조국 내전’을 마다하지 않는 태도가 온당한가. 그럼에도 ‘노(No)’라고 말하는 대통령 참모는 청와대와 여당, 정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예스맨’뿐이다. 2017년 문 대통령이 첫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참모들 의무”라고 강조했으나 온데간데없다.

다행스러운 건 양식(良識) 있는 시민들이 집권세력의 의도와 실체를 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화문광장 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이들의 입에선 “조국의 위선과 정권의 비호에 분통이 터진다”는 등의 원망과 한탄이 쏟아졌다. 아울러 진보 진영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조국 비판 실종’을 문제 삼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조 장관을 옹호하는 진보 지식인과 시민단체 구성원을 비판했고, 경실련은 조국 자진사퇴 성명을 낸 적이 있다. 이런 흐름은 시간이 흐르면서 확산될 것 같다.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는데, 걱정이다. 너무 쉽게 집권한 탓일까.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