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간 추진한 ‘차세대 항공보안검색장비 개발사업’이 완료를 코앞에 두고 좌초할 위기에 처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국토교통 연구·개발(R&D) 사업의 수탁기관(민간사업체)이 갑자기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 사업에는 112억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됐었다. 수탁기관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동안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출연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3일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부터 ‘세계 최초 올인원 여객수하물 보안검색장비’ R&D 사업을 진행했다. 2D(3D) 엑스레이, 폭발물 흔적 탐지, 액체폭발물 탐지 기능을 통합한 장비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기능이 제각각인 장비를 운용해야 해 수하물 검색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국산 기술이 없어 해외에서 장비를 수입해야 했다.

정부는 국산 기술로 통합장비를 개발해 공항에 보급하고, 해외에도 수출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국토부는 이 사업을 중점관리과제로 선정해 따로 성과 관리를 했다. 국토부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을 통해 투입한 정부출연금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12억원이다.

연구를 맡은 A사는 지난해 7월 갑자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의료장비 생산업체 A사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해외주주들이 지분을 팔고 빠져나가면서 부도를 맞았다. 이 때문에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유럽 항공보안검색장비 인증(ECAC)’을 받는 와중에 사업이 좌초됐다. 국토부는 자체평가 보고서를 만들고 “예기치 못한 사업기관의 법정관리로 연구가 일시 중단돼 시험평가를 완료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정책 목표였던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항공보안체계 구축’ 항목에 ‘부진’ 점수를 매겼다.

그런데 사업 무산 과정에서 국토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아무런 손을 쓸 수 없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관계자는 “A사의 재무제표를 주기적으로 살펴봤지만 해외주주의 급격한 지분 매각 등의 경영상황 변화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출연금을 회수하는 장치도 유명무실했다. 대통령령·과학기술기본법에는 수탁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정부출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회수하거나 연구성과를 국가 소유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다만 계약 당시 이를 명시해야만 한다. 기업들은 연구 성과를 정부에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해 계약에 이를 명시하기를 꺼린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도 정부가 단순히 지원을 하는 역할로 정해져 정부출연금을 강제로 회수하지 못했다. 사업 성과물의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도적 구멍’ 때문에 해외로 나랏돈이 들어간 R&D의 성과물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약에 별도 문구가 없으면 연구하는 도중에 주주가 바뀔 경우 연구 성과가 바뀐 주주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112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갈 위기에 처하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국토부는 올해 사업체를 새로 지정해 다시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다행히 기존 사업체 출신 연구진이 그대로 R&D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약 6억원의 정부출연금을 추가 지급하고, 과제 완료 기간을 2020년 말까지 2년 더 미뤘다.

윤 의원은 “국토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수탁기관 관리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탁기관의 재무상태와 경영상태를 철저히 살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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