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망막과 시신경 이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안저 촬영을 하고 있다. 김안과병원

인구 고령화로 황반변성과 녹내장, 당뇨 망막증 등 3대 실명(失明) 질환이 크게 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국민영양조사를 바탕으로 공동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0세 이상에서 황반변성 유병률은 13.4%, 녹내장 3.4%, 당뇨 망막증 19.6%로 나타났다. 특히 황반변성 유병률은 10년 전 보다 배 이상 높아졌고 70세 이상 4명 가운데 1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급증 추세다. 스마트폰 사용이나 자외선 노출 등 눈 건강에 해로운 환경이 많아진 탓도 있다.

습성 황반변성 환자의 망막이 변성된 모습. 대한안과학회 제공

문제는 이런 실명질환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아 예방 노력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실제 ‘자신의 질환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황반변성 환자의 3.5%, 녹내장 환자의 25.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이 최근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이들은 11.3%에 그쳤다.

이들 실명 질환은 초기 자각 증상이 없고 증상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안과학회 이사장인 박기호 서울대병원 교수는 14일 “고령화라는 원인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실명으로 이어지기 전에 대응하는 게 최선”이라며 “조기 발견해 치료하고 예방 노력을 기울이면 병의 진행을 상당부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과학회는 3대 실명 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해 ‘안저(眼底)검사’를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2년째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올해 ‘눈의 날’ 행사에서도 ‘100세 시대 실명 예방, 안저 검사로 빠르고 쉽게’ 슬로건 아래 대국민 캠페인을 벌였다.

안저 검사는 동공을 통해 검안경으로 눈바닥을 들여다 보는 방법으로, 실명을 일으키는 망막이나 시신경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다. 가장 정밀한 검사인 ‘형광 안저 촬영’도 포함된다.

박 교수는 “현재 82.7세인 기대 여명이 의료기술 발전으로 100세가 되면 노화와 관련된 이런 안과 질환이 더욱 증가해 이른바 ‘황반변성 대란’ ‘녹내장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치매국가책임제처럼 실명을 유발하는 안과 질환에 대해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이나 민간 건강검진에는 안저 검사 항목이 들어가 있으며 검사에 8500원 정도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이 마저 부담스러운 계층은 실명 질환 조기 검진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의료 형평성과 보편적 건강보장 측면에서라도 무료로 이뤄지는 국가검진에 안저 검사가 편입돼야 한다는 게 안과학회 입장이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박성표 교수는 “특히 황반변성의 경우 국가검진 포함 기준(유병률 5% 이상, 장애보정 수명 35순위 이상)에 부합되며 검진의 경제적 효과성을 보여주는 연구 논문도 다수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안과학회는 실명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시기인 50세에 안저 검사를 국가검진으로 시행함으로써 조기 발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반변성은 망막(카메라 렌즈에 해당)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 저하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50세 이상에서 발병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원인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노화와 흡연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초기 증상은 노안과 비슷하고 이로 인해 자각이 쉽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병이 진행될수록 시력이 자꾸 떨어지고 선이 휘어보이거나 사물의 중심이 어둡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일찍 발견하면 항산화 효과가 있는 루테인, 비타민, 미네랄이 포함된 약물 복용으로 진행을 늦추는 치료가 가능하다. 또 과거 치료법이 없었던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근래 항체 주사 치료가 도입돼 실명까지 이어지는 걸 예방할 수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차 약해지는 병이다. 시야가 차츰차츰 좁아지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초기 증상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려워 일찍 발견할수록 시(視)기능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김안과병원 황영훈 교수는 “특히 녹내장의 위험 요인인 높은 안압, 40세 이상, 가족력,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경우 안저 검사는 필수이며 20, 30대라도 고도 근시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당뇨 합병증인 당뇨 망막증은 망막의 미세 혈관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시력이 떨어진다. 전체 당뇨 환자의 20%가 앓는다. 당뇨를 오래 앓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은데, 당뇨병이 생긴지 20년 지나면 1형당뇨 환자의 99%, 2형당뇨 환자의 약 60%에서 망막증이 생기는 걸로 알려져 있다.

진행된 당뇨 망막증이라도 황반에 침범이 없으면 시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시력만으로 망막증의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당뇨를 진단받았다면 정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황 교수는 “안저 검사 주기는 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40세 이상은 1년에 최소 한 번은 받아봐야 한다”면서 “다만 각 실명 질환별로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면 그보다 더 자주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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