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압기는 잘 때 얼굴에 마스크처럼 착용해 막힌 기도에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불어넣어 호흡을 돕는 의료기기다. 두 번의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적정 압력을 찾고 그에 맞는 양압기 종류를 처방받아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민일보DB

수면질환 치료 표방 의료기관 우후죽순 늘며 환자 잡기 경쟁
수면다원검사 제대로 하지 않고 양압기 무분별 처방 사례 많아
고혈압 등 내과적 질환 없거나 가벼운 무호흡증 제한 사용해야


김모(46)씨는 평소 심한 코골이와 함께 자고 나도 늘 피곤하고 낮에 졸리는 증상을 줄곧 겪어오다 얼마 전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았다. 잠을 자면서 1시간에 10초 이상 숨이 멎었다 다시 쉬는 횟수를 측정하는 검사다. 김씨는 이런 무호흡지수가 63으로 정상 기준(5 미만)보다 12배 넘게 나와 중증 수면 무호흡증 판정을 받았다. 무호흡지수가 30 이상이면 중증이다.

김씨는 “잠잘 때 코를 많이 골고 잠깐잠깐 숨을 쉬지 않거나 ‘커억∼’ 하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다는 얘기를 가족들에게서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다”고 했다. 김씨는 수면 중 좁아진 기도에 바람을 불어넣어 호흡을 돕는 ‘양압기 치료’ 처방을 받았다.

양압기 업체에서 대여받은 기계식 자동 양압기를 6개월간 써 봤지만 낮 졸림이나 피로함은 여전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에 끼고 있던 양압기가 여지없이 빠져 있었다. 양압기 압력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잠자며 무의식중 벗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씨는 결국 다른 병원에서 두 차례 수면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압력을 찾았고 이 적정 압력으로 공기를 불어넣는 ‘정압식 양압기’로 바꿔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자 적응력이 높아져 잠자는 중에 양압기를 벗는 일이 사라졌다. 숙면을 취하게 돼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고 낮 졸림도 확 줄었다.

많은 현대인이 김씨 같은 수면장애에 시달린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불면증이나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수면 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56만8067명이다. 전 국민의 1.1% 정도가 수면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제때 치료받지 않을 경우 더 심각한 병을 초래하는 수면 무호흡증에 대한 관심이 근래 높아지고 있다. 이는 코와 목젖의 문제, 기도 협착, 뇌숨골, 폐, 심장, 횡격막 기능 저하 등 여러 원인으로 잠잘 때 호흡에 방해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코 고는 사람의 50% 이상에서 수면 무호흡증이 동반된다. 수면 무호흡증 진료 환자는 2014년 2만6439명에서 지난해 4만7208명으로 5년간 78.5% 급증했다.


수면 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잘 때 몸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 부정맥이나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 최근엔 치매, 파킨슨병 같은 신경계 질환에 취약하다는 연구보고가 나오고 있다.

건보 적용 후 ‘자동 양압기’ 처방 급증

이런 이유로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수면질환을 종합적으로 평가·진단하는 수면다원검사와 수면 무호흡증 치료에 쓰이는 양압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수면다원검사는 통상 8시간 수면을 취하는 동안 환자의 뇌파, 안구운동, 근육 긴장도, 심전도, 호흡 양상, 혈액 속 산소 농도, 신체 움직임 및 이상 행동 등을 측정한다. 건보 적용 전엔 한 번의 검사에 50만~70만원이 들었으나 보험 적용(본인 부담 20%) 후 11만~14만원 선으로 비용이 줄었다.

양압기의 경우 수면다원검사에서 무호흡·저호흡지수(AHI)가 성인 기준으로 15 이상 또는 AHI가 5 이상이며 산소 포화도 85% 미만, 불면증, 낮 졸음, 인지기능 감소 등을 동반할 때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압기는 잘 때 얼굴에 마스크처럼 착용해서 막힌 기도에 일정한 압력의 바람을 지속적으로 넣어줘 호흡을 원활히 해 주는 의료기기다. 양압기 대여료와 마스크(1년에 1개)에 건보 급여가 되며 본인 부담은 역시 20%다. 양압기를 빌리는 데 월 1만5000~2만5000원, 마스크는 1만9000원이면 된다.

문제는 건보 적용 후 수면질환 치료를 표방한 의료기관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환자 잡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면질환 진료는 신경과와 정신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특히 양압기의 경우 환자에게 맞는 적정 압력을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를 하지 않고 기계식의 자동 양압기를 무분별하게 처방받아 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질환의 원인과 양압기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1차 검사와 양압기 치료에 적정한 환자의 압력을 파악하는 2차 검사로 나뉜다. 둘 다 건보 적용이 된다.

하지만 일부 이비인후과에서 적정 압력 측정을 위한 2차 검사 없이 1차 검사만으로 처방이 간편한 자동 양압기 사용을 권하고 이후 양압기 취급 업체에 검사와 판독을 맡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양압기는 수동형과 자동형, 이중형 등 세 가지가 있다. 수동형(정압식)은 두 차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무호흡증 환자에게 맞는 공기 압력을 미리 처방받아 사용한다. 반면 자동형은 양압기를 착용하고 자는 환자에게 무호흡이 나타날 때 기계가 그때야 이를 자동 감지해 바람을 넣는 방식이다. 이중형은 뇌의 호흡중추 문제로 나타난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에게 높은 압력이 필요할 때 쓰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자동 양압기 처방 건수는 3만7743건으로 수동 양압기(5452건)보다 약 7배 많았다. 지난해 건보 적용 이후 이비인후과를 중심으로 자동 양압기 처방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적정 압력 측정 없이 사용 안 돼

자동형 등 환자 상태에 적합하지 않은 압력의 양압기를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적응에도 실패해 치료 시기를 놓칠 염려가 크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압력이 맞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껴 잠자는 중간에 얼굴에 낀 양압기를 자신도 모르게 빼버리기도 한다.

수면 무호흡증 치료의 목표는 눈에 보이는 무호흡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뇌파를 비롯해 심장박동수, 산소포화도, 근육이완 등이 전부 정상이 되는 적정한 압력을 찾는 데 둬야 한다. 그래야만 수면 무호흡증으로 초래될 수 있는 심뇌혈관 및 신경계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A수면클리닉 B원장은 14일 “자동 양압기는 특히 코 고는 소리의 크기(진동)에 따라 압력을 불어넣기 때문에 수면 무호흡증 치료의 핵심인 뇌파와 심전도, 호흡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 코 고는 소리가 작은 노인들에겐 잘못된 압력이 전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뇌파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부족한 의사는 환자 개개인의 적정 압력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양압기 회사를 통해 무작정 자동 양압기를 사용하라고 안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수면다원검사를 두 번 했는지 꼭 따져보는 등 환자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양광익 교수도 “자동 양압기는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내과적 질환 위험이 없거나 단순히 코 고는 중간에 가벼운 무호흡이 있는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쓸 수 있지만 미국수면의학회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동 양압기의 무분별한 사용을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는 아직 양압기의 정확한 치료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


“수면 무호흡증, 외과적 수술 신중해야”
미국수면의학회 등 권고


코골이 환자의 절반 정도가 수면 무호흡증을 동반한다.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다원검사를 하지 않으면 동반 여부를 알 수 없다. 단순 코골이의 경우 수술로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사진)를 형식적으로 한 뒤 단순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을 구분하지 않고 다 수술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해당 의사들은 방송에 나와 “어떻게 평생 양압기를 끼느냐, 수술로 한번에 끝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문제는 코나 목젖 등에 문제가 있어 수술이 필요한 코골이 환자는 약 15%에 그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 무호흡증을 동반한 코골이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 경우는 재발도 잦다.

미국수면의학회의 연구논문을 보면 수면 무호흡증 수술의 경우 완치가 아닌 호전율조차 45% 이하로 나오고 있다. 국내에는 수면 무호흡증의 수술 효과를 입증한 연구논문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수면의학회는 수면 무호흡증의 첫 번째 치료법으로 양압기 치료를 권장한다. 양압기 치료가 불가능한 특수한 경우 부분적으로 수술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수면 무호흡증이 의심되면 우선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단순 코골이인지, 수면 무호흡증을 동반한 코골이인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양광익 교수는 14일 “단순 코골이거나 경증의 수면 무호흡증이라면 목젖 수술을 통해 치료하고 중등도 이상의 수면 무호흡증을 동반한 경우 양압기 치료가 글로벌 표준”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수면학회도 “혀가 두껍고 잠잘 때 기도 쪽으로 밀리면서 호흡을 막아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이 나타나는 경우 수술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이땐 구강 내 장치나 양압기를 통해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기도로 불어넣어 막힌 기도를 확보하는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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