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의 시리아 공격. 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가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침공한 터키군에 맞서 싸우기 위해 군대 파견을 결정했다. 적대 관계였던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가 손을 잡으면서 터키군의 공격으로 촉발된 전투가 복잡한 양상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이 지역을 전쟁터로 만든 것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료는 워싱턴포스트(WP)에 “완전한 카오스(혼돈)”라고 말했다.

WP는 쿠르드 당국과 시리아 정부군의 참전 합의에는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합의 후 쿠르드 당국은 “터키군이 용병과 함께 침략한 지역을 해방시키기 위해 시리아 정부군이 터키·시리아 국경을 따라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도 “시리아군이 터키와 싸우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군이 힘을 모으면서 터키군의 쿠르드족 격퇴 작전은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 정부는 지난 9일 ‘평화의 샘’이라는 작전명으로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고 개전 초기 기선을 제압했으나 시리아 정부군이 참전하게 돼 전황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은 그동안 터키의 대규모 공습과 포격을 받으면서도 전투기나 대공 무기 등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처지였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과의 합의로 전력과 무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SDF는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쿠르드족 여성 전사들이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마을인 데릭에서 열린 민간인 9명과 쿠르드 전사들의 장례식에서 총을 세워 조의를 표하고 있다. 앞서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은 친터키 반군인 시리아국가군(SNA)이 여성 정치 지도자 헤브린 카라프 시리아미래당 사무총장 등 민간인 9명을 처형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공격을 확대하는 터키군과 반격을 모색하는 쿠르드족 사이에 끼어 있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북부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1000여명을 철수키로 결정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CBS방송에 출연해 “가능한 한 안전하고 빠르게 미군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했고 국가안보팀과 논의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의 신중한 미군 철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공백은 이 지역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에스퍼 장관은 또 “우리는 지난 24시간 동안 터키가 원래 계획한 것보다 더 남쪽과 서쪽으로 공격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 결정이 긴박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그는 이어 “SDF가 북부에서 터키를 반격하기 위해 시리아·러시아와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이 언급한 이 물밑합의가 성과를 거둬 시리아 정부군 참전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미군 일부는 이미 주둔지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철수하는 미군이 전부 미국으로 돌아올지, 다른 지역에 배치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터키군이 SDF가 장악하고 있던 서쪽 지역의 미군 보급로를 끊은 것도 철수 결정에 한 원인이 됐다고 WP는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참전에 따라 이 지역 전황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CBS방송은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국을 도운 쿠르드족을 배신한 처사라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으며 극도로 불안한 정세가 IS 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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