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와 고개 숙여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이 전체 환매 중단 규모가 1조3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설립돼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 6조원을 돌파한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는 “빠른 시일 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한 사모펀드 시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까지 총 8466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를 중단했다”고 공개했다. 환매 중단 펀드는 사모채권과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금융상품), 해외 무역금융 등 3가지 유형의 ‘모(母)펀드’다. 고객들은 이들 3개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수많은 ‘자(子)펀드’에 가입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 환매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펀드에 투자한 고객들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원 대표는 “최근 코스닥시장이 침체하면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려던 메자닌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유동성 확보가 어렵게 됐다. 결국 환매 중단 사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일 사모채권·메자닌 등에 투자하는 펀드 55개(총 6030억원)의 환매를 중단했다. 14일에도 해외 무역금융 투자 펀드 38개(총 2436억원)의 환매를 멈췄다. 원 대표는 “향후 상환 연기 가능성이 높은 펀드 56개(4897억원)를 포함하면 총 환매 연기 금액은 최대 1조3363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이유 불문하고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환매 중단 사태로 투자자금이 묶인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불투명하다. 평균 가입액이 3억원 안팎에 이르고, 가입 고객은 3000명 전후일 것으로 추산될 뿐이다. 49인 이하로 모인 사인(私人)들이 계약을 맺고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특성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 측은 “고객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현황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다만 환매 중단으로 모든 투자자금이 묶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은 사모채권·메자닌 펀드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절반 규모의 투자금이, 해외 무역금융 펀드의 경우 2년간 약 40%가량의 자금이 묶일 것으로 관측했다.

사모펀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금융펀드(DLF) 상품에 이어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져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부산의 조선 기자재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모펀드 논란이)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줬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라임자산운용 측은 환매 중단 결정과 DLF 사태는 사안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원 대표는 “DLF 상품은 금리 등 조건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는 데 비해 환매 중단된 펀드는 상품 구조가 다를 뿐 아니라 향후 원금 상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사모펀드 운용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중소 사모펀드 운용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가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금융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