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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신자’ 200만 시대… 교회 밖 교회 열어 품다

크리스천 지식인들 2년 전 대피소 격인 ‘가나안교회’ 시작

가나안교회를 이끈 동역자와 성도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출판 간담회를 열었다. 앞줄 왼쪽부터 손원영 서울기독대 해직 교수, 이강선 성균관대 초빙교수, 최승언 서울대 명예교수, 뒷쭐 왼쪽부터 옥성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심광섭 감신대 교수.

기존 교회에 ‘안 나가’는 ‘가나안’ 성도가 200만명을 넘겼다며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느라 분주할 때, 당장 이들을 난민(Refugee)처럼 품고 쉼터(Shelter)처럼 돌보는 게 급선무라며 일어선 크리스천 지식인들이 있다. 가나안 신자들을 위한 ‘교회 밖 교회’로 2017년 6월 시작한 가나안교회 이야기다.


손원영 서울기독대 해직 교수는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교회 밖 교회, 다섯 빛깔 가나안교회(사진)’ 출판 간담회를 열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인 손 교수와 더불어 예술신학 전공의 심광섭 감리교신학대 교수, 인문학 전공의 이강선 성균관대 초빙교수, 길 위의 순례를 이끄는 옥성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천문학 전공의 최승언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교회 동역자와 공동 집필자로 자리를 함께했다. 모두 무보수로 동참해온 이들이다.

손 교수는 “가나안 신자들이 잠시나마 숨을 고르며 신앙의 원기를 회복한 뒤 평생 헌신할 새로운 교회를 찾아 용기 있게 길을 떠나기를 바라며 2년 전 하나의 대피소로 가나안교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주 20명 안팎이 모이며 1부는 목사인 손 교수의 성찬집례, 2부는 매주 바뀌는 주제별 강의, 3부는 식사와 친교로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매달 첫째 주일 강의는 음악과 음식, 둘째는 인문학, 셋째는 순례, 넷째는 과학을 공부하며 다섯째 주일이 있으면 앞으로 나가고픈 교회를 미리 가보도록 권한다.

가나안교회는 기존 교회와의 충돌을 피해 주일 오후 3시에 모인다. 헌금은 익명으로 하면 운영비로 같이 쓰고, 실명으로 하면 본인이 직접 선교 활동을 결정해 쓰도록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건물 역시 따로 없어 매번 예배 장소가 바뀐다. 참석자들은 “가난하지만 갓(God) 품은 가나안교회”라고 말했다.

셋째 주 순례 담당인 옥 교수는 ‘길 위의 가나안’을 표방한다. 서울 종로구 서촌을 비롯해 다양한 순례길과 골목길로 성도들을 안내한다. 옥 교수는 “복음서의 예수님도 열두 제자와 3년의 공생애 동안 3000㎞를 걸으며 동가숙 서가식 목회를 하셨다”고 말했다.

넷째 주 과학을 맡은 최 명예교수는 ‘STEAM 가나안 특강’을 이끈다. 우주배경복사와 창세기 같은 주제로 과학과 신학을 이야기한다. STEA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의 줄임말이다. 최 명예교수는 “서울대 연구실에서 모이다가 최근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관악노회로 장소를 옮겼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2016년 술 취한 개신교인이 경북 김천의 사찰에 들어가 불상을 훼손한 사건을 대신 사과하며 모금 운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파면됐다. 최근 1심에 이어 2심서도 파면 무효 선고로 승소한 손 교수는 “책을 통해 왜 가나안 신자가 양산되는지, 그들을 위한 목회와 선교 모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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