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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김영석] 스타선수만 감독되는 것 아니다


1991년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93년 1경기, 95년 3경기를 뛰었다. 5년 동안 4경기 2.1이닝 동안 4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은 15.43이었다. 허리 부상으로 불과 5년 만에 은퇴했다. 지도자 자리는 없었다. 훈련지원요원으로 프로야구 구단에 입사했다. 이후 전력분석팀에 합류했다. 올해부턴 운영팀장도 맡았다. 그리고 지난달 말 프로야구 감독이 됐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이다. 지도자 경력 하나 없는 무명 감독이다. 김응용-선동열-류중일-김한수 등으로 이어져 온 레전드 출신 삼성 감독 계보와는 거리가 멀다. 10개 구단 가운데 엘리트주의가 가장 강한 삼성 구단의 파격적인 선택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2012년 10월,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다. 선수 시절 1할대 타자였다. 은퇴 후 선수단 매니저, 스카우터 등을 거쳤다. 코치 경력이 짧았지만 당시 넥센은 그를 선택했다. 염 감독은 2013년부터 재임 4년 동안 넥센을 가을야구 단골 손님으로 만들었다. 2014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이후 SK 와이번스 단장을 거쳐 올해는 SK 감독을 맡고 있다. 염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키움 장정석 감독도 무명 선수 출신이다. 지도자 경력은 전무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팀을 이끌었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 또한 선수 시절 무명에 가까웠다. 올 시즌 꼴찌팀을 5위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프런트 생활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구단은 물론 선수와의 소통에 강하다. 공통 무기도 있다. 데이터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직관이나 경험이 아닌 전력 분석 우선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감독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일본식보단 프런트 역할이 강조되는 메이저리그식 야구가 대세인 현대 야구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무명 감독 전성시대는 기회의 공정성을 의미한다. 프로야구 감독이 더 이상 스타 플레이어의 전유물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데이터라는 무기로 경험을 갖춘 스타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선수 시절 뛰어나지 못했어도 노력 여하에 따라 지도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약한 물줄기에 불과하다. 무명 감독의 탄생은 여전히 모기업의 간택에 달려 있다. 언제든 스타 플레이어 감독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유는 관행화된 시스템 때문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은퇴를 선언한 뒤 곧바로 소속 구단의 코치진으로 합류한다. 아무런 교육도 거치지 않는다. 자신이 선수 시절 체득한 기술로 선수들을 지도한다. 이 가운데 일부가 감독으로 올라가는 큰 물줄기는 변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상당수 선수들은 코치진 합류는커녕 야구 현장에 남기조차 힘들다. 지도자로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여전히 스펙이 최강 무기인 야구계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군에서 길러진 선수가 1군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케이스는 보기 드물다. 대부분 선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다. 새로울 게 없는 육성 방식의 문제다. 그러면서 2년 새 관중 100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육성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됐다. 선수 경력이 아닌 ‘코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 도입이다. 선수가 은퇴하면 일정 기간 교육을 거친 뒤 현장에 투입되는 형태로 가야 한다. 물론 현장 입성 기준은 선수 시절 커리어가 아닌 ‘코치 실력’이다. 구단으로서도 거액을 들여 외부에서 선수를 데려오기보다 육성을 통해 선수를 키우는 게 더 효과적이다. 구단이 앞장서서 해외 연수 등을 통해 현대 야구를 접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교육 시스템 도입을 통해 코치와 감독이 성장해 나간다면 한국 야구의 질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를 기다리는 때는 지났다. 용이 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김영석 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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