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조국은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국론 분열과 민심 이반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 숱한 의혹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용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망한 국민들은 국정 지지도를 끌어내렸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10월 둘째 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취임 이후 최저치(41.4%)로 떨어졌다. 중앙일보가 9월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37.9%)이 대선 득표율(41.08%)을 밑돌았다. 이는 중도층뿐 아니라 핵심 지지층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반 역대 최고치(81%, 갤럽)를 기록했으나 불과 2년 반도 안 돼 반 토막으로 추락했다.

급기야 일부 조사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역전이 나타나기도 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10월 11일 일간 집계에서 민주당 33.0%, 한국당 34.7%로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국당이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대로 가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과 영남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과 여권은 ‘조국 수호’의 대가를 톡톡히 치를지도 모른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조국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기소된 부인에 대한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고,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도 유력한 상황이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조 전 장관 본인도 검찰 조사 대상이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거나 숱한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본인뿐 아니라 문 대통령과 여권이 입을 정치적 타격이 작지 않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웅동학원 위장 소송 의혹, 사모펀드 운용 의혹 등과 관련해 조 전 장관 부부가 실정법을 어긴 사실이 밝혀지면 여론은 또 한 번 싸늘해질 것이다. 그가 유난히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정’을 외친 이 정부의 스타였기 때문이다. 수사와 재판은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치적 파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현 집권당의 인식과 대처는 너무 안이하다. 지금은 법무부 장관 한 명 교체만으로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는 국정 지지도를 회복하기 어렵다. 여야 대치 국면을 풀기도 어렵다. 오히려 검찰과 청와대의 대결 구도만 부각시킬 뿐이다. 얼어붙은 경제, 사면초가에 놓인 외교, 풀리지 않는 남북 관계로 민심 이반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검찰 개혁에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집권세력의 자기모순과 무능, 비효율을 드러낼 뿐이다.

나라를 두 동강 낸 조국 사태를 수습하려면 내각 총사퇴를 포함한 당정청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인사권자는 아니지만 내각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라도 물러나야 한다. 두 달 넘게 국정이 ‘조국 블랙홀’로 빠져드는 걸 방치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동반 사퇴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중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존재감이 사라진 홍 부총리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정책 혼란과 경제 실정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총선 출마 희망자로 알려진 유은혜 교육부총리도 오락가락 정책으로 교체하는 것이 맞다. 조국 수호의 선봉에 섰던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 비서실도 국정 쇄신 차원에서 확 바꿔야 한다.

역대 대통령마다 임기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어김없이 지지율 하락 현상을 겪으면서 ‘통치의 실패’를 거듭했다. 이는 진영논리에 갇힌 독선과 아집의 산물이었다. 문 대통령 역시 통치 실패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아직 임기가 절반이나 남아 있는 문 대통령마저 전임자들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의 실패는 국가의 실패이자 국민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비록 조국 카드로 점수를 많이 잃었지만 국정 전면 쇄신 카드를 쓴다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단, 쇄신은 속도와 폭에서 과감해야 하며 진영논리를 벗어나야 진정성이 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들을 대거 기용해야 쇄신 효과가 있다. 특히 내각의 상징인 국무총리는 합리적인 보수 인사 중에서 발탁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

전석운 미래전략국장 겸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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