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인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1980년대 중반 북한 김일성대에서 공부했다. 2013년 출간한 ‘리얼 노스코리아(The Real North Korea)’에서 란코프 교수는 북한 체류 당시 주민들이 여행허가증 없이는 단기 여행조차 불가능하고, ‘인민반’이 철저히 주민을 감시하는데 특히 놀랐다고 했다. 그는 서구의 통념과 달리 스탈린 사후의 소련 전역은 물론 스탈린 집권 당시에도 대도시 거주 주민들은 국내 여행이 자유로웠다고 했다. 북한 인민의 속박과 24시간 감시 시스템은 스탈린주의 종주국인 소련은 물론 다른 사회주의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것이었다고 지적했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북한의 2022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이 열렸다. 5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경기장엔 관중 한 명 없었다. 생중계가 되지 않고 원정 응원단이 없다는 이유로 영국 BBC가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더비”라고 칭했는데, 홈 관중까지 사라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기이한(bizarre)’ ‘비현실적인(surreal)’ 월드컵 예선이라고 했다. 생중계가 무산되면서 경기 소식은 평양→아시아축구연맹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서울로 연결되는 다단계 문자 중계에 의존해야 했다. 이 사상 초유의 릴레이 문자 중계에 “말이 안 나온다” “기가 찬다”는 등의 반응이 터져나왔다.

북한의 결정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을 설득해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시키지 못한 남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FIFA 순위가 훨씬 상위인 한국에 북한팀이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무(無)관중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 북한 당국은 두 가지 모두 염두에 두고 기괴한 풍경을 연출했을 것이다.

국내 정치적 고려든, 대외 메시지든 상관없이 평양 축구경기를 통해 한국인들이 얻은 게 있다. 그것은 글로 보거나 전해 들은 추상으로서가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북한의 실상이다.

북한이 글로벌 스탠더드는커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체제라는 걸 이번 경기는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이처럼 닫히고 합리성이 없는 체제에서 경제발전과 대외 개방이 쉽지 않겠다는 감이 왔다. 이는 란코프 교수가 30여 년 전 느꼈던 북한의 ‘독특함’이 본질적으로 그대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독특함은 비정상이란 단어로 대체해도 될 것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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