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 위한 외길, 아들 생각하며 24년간 걸어왔죠”

‘막사이사이상’ 수상한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24년간 이어온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먼저 하늘나라에 간 아들 대현이가 ‘아빠 수고했어요’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았어요. 수상 소식을 처음 듣고 집 근처 산에 올라가 많이 울었습니다. 굴곡진 시간을 보낸 저를 하나님이 격려해주시는 듯했지요.”

‘학교폭력’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부터 24년간 학교폭력 예방운동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김종기(72)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9일 필리핀에서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정치인이자 사회운동가인 장준하 선생이 1962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인으로는 16번째 수상이다.

1995년 6월 대기업 임원으로 촉망받는 직장인이었던 김 이사장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학교는 사건을 덮으려 했고 가해 학생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왜 이런 아픔을 주십니까’ 하며 하나님을 많이 원망했어요. 너무 낙심한 나머지 교회도 한동안 나가지 않았죠. 회의감을 느끼며 좌절했던 상황에서 아들에게 용서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그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푸른나무재단 전신)을 설립했어요.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전국 어딘가에서 아들처럼 학교폭력이라는 괴물과 홀로 싸우며 아파하고 있을 청소년을 돕기 위해 작은 오피스텔을 빌려 학교폭력 예방운동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조차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았고 빠듯한 운영비로 직원 급여를 걱정하는 일이 지속됐다.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시민의 힘 덕분이었어요.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죠. 황무지 같은 상황이었지만 아들에게 한 약속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10년간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하나님께 돌아와 (청예단을) 책임지시라고 기도하며 매달렸습니다.”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위해선 학교폭력 관련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2004년 47만명의 국민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했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재단의 역할이 알려지며 후원금도 십시일반 모였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한 재단은 현재 전국 14개 지부에 10개 청소년 시설을 운영하며 350여명의 직원이 청소년폭력 예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재단은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를 부여받은 청소년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김 이사장(왼쪽)이 지난달 9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문화센터에서 ‘막사이사이상’을 받는 모습. 푸른나무재단 제공

재단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족을 위한 전문 상담, 학교폭력 예방 교육 및 청소년 비폭력문화 활동, 캠페인, 학교폭력 실태조사 연구 등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은 물론 비폭력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 학생들과 대화해 보면 학교에 가기 싫고 죽고 싶다고 합니다. 이들을 달래고 안정시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면 담당자가 한 친구를 붙들고 일주일 혹은 열흘까지 집중하며 상담할 때도 있어요. 1년에 6만여건 가까이 상담 전화가 오는데 신학기 때가 가장 많고요. 상담 사례가 많다 보니 피해자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극단적 선택을 3번 시도하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한 여학생이 기억납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학교를 졸업했고 취직도 했어요. 아버지가 찾아와 울면서 죽었던 애를 살려줘서 고맙다고 했을 때 보람을 느꼈죠.”

김 이사장은 최근의 학교폭력 양상에 대해서도 말했다. 연령이 낮아지고 있으며 급격한 산업화, 물질 만능주의, 정보통신 발전으로 인한 역기능으로 사이버폭력과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사이버폭력 및 성폭력은 신체적·정신적 고통 등 복합적 위험을 초래하기에 피해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에서는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할까. 김 이사장은 부모가 평소 자녀의 눈높이에서 자녀를 이해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관계를 맺으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봤다.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면 자녀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고민을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진실한 모습을 삶으로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재단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사회에 만연한 폭력문화와 정신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자라도록 비폭력문화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함께해 주시고 많은 분이 격려해 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해 국민 모두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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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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