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주연배우 정유미(왼쪽 사진)와 공유. 두 사람은 ‘도가니’(2011) ‘부산행’(2016)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정유미는 “워낙 서로를 잘 알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작품에 대해 이렇게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페미니즘 열풍을 몰고 온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비상한 관심이 쏟아졌다. 집필 의도나 내용과 별개로 뜨거운 젠더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배우 정유미(36)와 공유(40)의 캐스팅 사실이 알려지자 또 한 번 온라인은 들끓었다. 열렬한 지지와 무차별적 비난이 뒤엉킨 채로.

‘82년생 김지영’은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30대 전업주부 김지영의 평범한 삶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일상적 차별과 구조적 불평등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2016년 출간된 동명의 원작 소설이 100만부 이상 판매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여성주의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영화는 원작의 결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담담하고도 차분한 어조로 중심인물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주변 인물들을 통해 크고 작은 파고를 만들어낸다. 극적 스펙터클이 덜한 작품인지라 배우의 연기에 많은 것을 기댄다. 김지영 역을 맡은 정유미와 그의 남편 대현 역의 공유를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나봤다.

정유미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제외하면, 저는 보통 등장인물이 떼로 나오는 작품들을 많이 했어요. 저 혼자 단독으로 주인공인 영화는 부담스러워서 피하는 편이었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지금, 제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출연 사실만으로 악플이 빗발쳤다. 정유미는 “어느 정도 반발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반응이 너무 세니까 오히려 현실감이 없어지더라”고 회상했다.

‘보통 여성’의 대명사인 김지영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선 “이상하게 부담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솔직히 내 개인적 경험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하지만 엄마와 할머니, 결혼한 또래 친구들이 모두 겪은 일이지 않나. 감정을 알기 어려울 땐 소설을 찬찬히 다시 읽어가며 몰입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감히 ‘공감’을 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단지 자신을 희생해가며 저를 키워주신 엄마와 할머니 생각을 많이 했죠. 그들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었을 텐데…. 제가 얼마만큼 이해하고 위로를 해드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영화에 담긴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게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임했어요.”

작품을 둘러싼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근데 이해해보려고 하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모두의 생각이 다 같을 수 없으니까요.” 다만 이 영화로 인해 성별 간 갈등이 더 커지진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너무 서글플 것 같아요. 갈등을 야기할 의도로 만든 작품이 아니거든요.”

영화에서 김지영은 자신을 향해 ‘맘충’이라며 수군대는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말씀하시냐”고 일갈하는데, 정유미는 이 대사에 가장 공감이 됐다고 했다. 최근 유명을 달리한 가수 설리와 마찬가지로 정유미도 악플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서다. 그는 “사실이 아닌 말들을 만들어내는데, 연예인이니까 감수하라는 건 너무 서글프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극 중 모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유는 개봉 전부터 자행되고 있는 ‘평점 테러’에 대해 덤덤한 편이다. 그는 “일단 시사회 반응이 좋아서 일반 관객들도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분명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지만, 판단은 관객의 몫이니까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이 영화를 찍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얘기했다.

극 중 다뤄지는 성차별 문제에 대해선 상당수 공감한다고 했다. “공감이 안 됐다면 이 영화를 안 했겠죠.” 다만 정서적인 측면에서 그에게 더 와닿은 건 ‘가족’과 ‘엄마’라는 키워드였다. “시나리오를 읽고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생뚱맞게 ‘나 어떻게 키웠느냐’고 물었죠. 새삼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공유의 출연 결정은 의외였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영화에, 주변인 역할. 드라마 ‘도깨비’(tvN·2016~2017)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 선택한 작품이라기엔 다소 소박해 보였다. 공유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할의 크기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상업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때로는 계산과 전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그냥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가고 싶어요.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깨비’ 이후 공백기를 가졌다. 공유는 “스스로 지쳤다는 생각이 든 시기였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렇게 에너지를 채워서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82년생 김지영’ 이후 ‘서복’이라는 작품까지 최근 촬영을 마쳤다”며 웃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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