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인구 2억7000만명의 인도네시아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인구 규모 세계 4위의 거대한 내수시장에 한국기업 진출 길이 열린 셈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의 통상환경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개척으로 수출 엔진에 숨통을 틀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엥가르띠아스토 루키타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은 16일 자카르타 외곽 땅그랑에서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실질 타결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함께 참석했다. CEPA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하나로 양국 간 교역 외에 인력 이동, 포괄적 교류 협력까지 담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2년 CEPA 협상을 시작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2014년 7차 협상 이후 협의를 중단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방한한 위도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CEPA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찾았다. 올해 2월 양국 통상장관이 협상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서울과 제주, 발리 등에서 10차 협상을 한 끝에 상품과 서비스, 투자, 원산지, 협력, 총칙 등 6개 분과에서 실질 타결을 이뤘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가운데 문 대통령이 처음 순방한 나라이자 문재인정부에서 첫 양자협상 성과를 일궈낸 국가다. 한국은 2005년 한·아세안 FTA를 체결했지만, 국가 간 차이로 전체 개방 수준이 높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별 맞춤형 FTA 전략을 추진해 싱가포르 베트남과 별도 FTA를 맺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에서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다. 인구는 아세안 전체(6억5000만명)에서 약 41% 비중을 차지한다. 평균 연령이 29세로 젊은 데다 중위소득이 6000달러 수준으로 내수시장 구매력도 제법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인도네시아 CEPA 타결은 사실상 한국 기업의 아세안 내수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수입 품목 가운데 95.5%를, 인도네시아는 93.0%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시장 개방 수준도 수입액 기준 한국 97.3%, 인도네시아 97.0%로 한·아세안 FTA 평균(91.7%)보다 높다.

정부는 CEPA 타결로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 합성수지 등 한국의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가 사라져 수출 여건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서비스 시장 개방도 기존 한·아세안 FTA보다 대폭 확대하고, 투자자 보호 수준은 높였다. 그러면서도 농수임산물은 양허(개방) 대상에서 제외해 국내 농가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신남방정책을 핵심 통상정책으로 추진한 이후 첫 번째 양자협상 성과가 나오면서 한국의 아세안 시장 진출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전까지 필리핀 말레이시아와의 FTA 체결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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