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속성, 11시간이면 국가에 등록된 노인 두뇌·인지 1급 자격증 2개를 딸 수 있습니다. 검증된 강의를 바탕으로 치매 예방 강사가 되십시오!”

노인 두뇌 발달 및 치매 예방 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한 민간 협회가 내건 광고 문구다. 한나절만 투자하면 두뇌 건강 체조와 도구 놀이 기법 등을 익혀 강사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자격증 2개를 따는 데 드는 비용은 25만원. 협회 관계자는 16일 “노인 인지 교육이 활성화돼 요양병원, 보건소, 복지관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할 수 있다”며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 강의 수요는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이 협회가 발급하는 자격증을 비롯해 뇌 교육, 브레인지도사, 치매 예방 등을 내세운 민간 자격증은 200개가 넘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정보에 ‘뇌’와 ‘브레인’을 넣어 검색하면 각각 180개, 57개의 자격증이 뜬다. ‘뇌교육지도사’나 ‘뇌교육상담사’처럼 발급 업체만 다를 뿐 명칭은 유사한 자격증이 다수다. ‘뇌힐링교육전문강사’, ‘브레인푸드아트지도사’, ‘브레인티저큐브청소년자격증’ 등 이름만 봐서는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자격증도 적지 않다.

현재 국가가 공인한 뇌 교육 관련 민간 자격은 ‘브레인트레이너’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민간 협회가 자격을 신설해 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만 한 것이다. 등록하는 데 별다른 요건은 없다.

그러다보니 업체마다 자격증 발급 기준이 제각각이고 교육 내용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온라인 강의 출석률 60%, 시험 성적 60점 이상(100점 만점)이면 발급되는 경우도 있다.

자격취득 현황을 공개한 업체를 보면 합격률은 대개 100%다. 반대로 지난해 응시자가 한 명도 없었던 자격증도 수두룩하다.

교육 내용을 보면 다소 황당한 것들이 눈에 띈다. 또 다른 협회가 주관하는 뇌 지도사 자격증은 ‘뇌의 감각을 깨우고 유연화·정화·통합함으로써 뇌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대학이 발급하는 자격에는 ‘브레인힐링춤을 결합해 뇌기능 활성화, 정서적 안정, 관계능력 향상을 지도한다’는 정보가 담겨 있다.

민간 뇌 교육의 비과학성을 지적해온 김우재 오타와대 세포·분자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며 “건강보조제 정도인 제품을 정식 의약품처럼 허위·과장 광고하는 데 속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격증을 따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에 달한다. 발급 기관들은 자격증이 있으면 노인복지회관이나 노인전문병원 등을 돌며 뇌 교육 강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 강사로 일할 수 있다는 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뇌 교육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자격증의 효용성을 관리·감독하는 주무 부처는 없다. ‘브레인심리상담사’는 보건복지부, ‘브레인컨설턴트’는 교육부, ‘실버브레인놀이지도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맡는 식으로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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