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릴까. 악화일로로 치닫는 안팎의 여건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여기에 힘을 싣는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1%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필요 시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화정책) 여력이 아직 남았다”고 강조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렸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추가 인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언급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수준이 0%대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0.25% 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이 아니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에 가깝다”면서 “추가 인하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판단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하를 예상하는 근거로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인하가 내년 4월 총선 전에 단행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재정 확대, 금융 완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예측이다. 골드만삭스는 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7월)로 예상한다. 금통위가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통해 점진적인 완화를 시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현 수준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0%대 기준금리는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은행에 돈을 맡겨 얻는 이익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지금 수준에서 한 차례 더 내리면 1%나 다름없는데, 0%대는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한은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연준이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빠르게 내릴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00∼2.25%에서 1.75∼2.00%로 0.25% 포인트 내렸다.

박재찬 최지웅 기자 jeep@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