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g으로 태어난 사랑이, 초미숙아들 생명 살렸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 중보기도로 이룬 큰 사랑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태어난 사랑이가 출생 20개월째인 지난달 11일부터 15일까지 강남중앙침례교회 의료선교위원회와 함께 캄보디아로 의료선교를 떠났다. 선교현장에서 사랑이가 어머니 이인선씨 품에 안겨 잠들어 있다. 강남중앙침례교회 제공

의료진은 산모인 이인선(44)씨의 보호자를 쉴 새 없이 불렀다. 수술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사인을 하라고 했다. 남들은 두 번만 하는 서명인데 벌써 네 번째였다. 또다시 의료진의 호출. 다섯 번째 동의서인가 싶었다. 의료진은 산모가 남편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불렀다고 했다. 남편이 허겁지겁 달려가자 수술대에 누운 산모는 자신의 통장 비밀번호를 부르더니 300만원을 캄보디아 학생 10명의 대학등록금으로 보내주라고 했다.

남편 이충구(42)씨는 “정말 화가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예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도 했다. 그렇게 부부가 대화를 나누고 서너 시간 뒤 출생 체중 302g, 키 21.5㎝의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가 태어났다. 사랑이었다.

생후 20개월이 된 사랑이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11일부터 15일까지 바로 그 캄보디아에 갔다. 강남중앙침례교회 의료선교위원회 80명과 함께였다. 선교팀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쩜뻑예수교회에서 의료선교를 했다.

충구씨는 “임신부 당뇨 검사를 위해 갔다가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하다는 얘기를 듣고 제왕절개 수술을 받게 됐다”며 “그런 절박한 순간 아내가 캄보디아 얘기를 했는데 올해 캄보디아로 의료선교를 떠난다는 얘기를 듣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사랑이의 캄보디아행을 결정하기까지 부부의 고민은 컸다. 충구씨는 “부모가 아이를 상대로 모험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교회에 피해가 될 거란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성도들도 걱정 섞인 반대를 했다. 선교팀과 함께한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신제균 교수는 “내가 가장 많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에서 사랑이는 아빠 이충구씨와 엄마 이인선씨(위 사진)는 물론 선교팀(아래)에도 힘이 되는 웃음을 줬다. 강남중앙침례교회 제공

부부는 사랑이의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도 ‘가느냐, 마느냐’를 두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결단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기도의 힘으로 사랑이가 건강히 성장한 만큼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인선씨는 “저희는 사랑이를 우리 딸이라 부르지 않는다. ‘하나님의 딸’이라 부른다”며 “사랑이는 하나님 은혜를 받았고 성도들 기도의 힘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충구씨도 “사랑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기도로 단련돼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사랑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땐 모든 성도가 사랑이의 할머니·할아버지, 삼촌·이모가 돼 기도했다. 부부의 믿음도 사랑이를 통해 달라졌다.

충구씨는 “아내와 달리 저는 사랑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쑥스러워서 기도 제목 같은 것도 올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사랑이가 태어난 뒤 성도들에게 사랑이를 위한 구체적인 기도제목을 보냈다. 시작은 사랑이가 태어난 그날부터였다. 인큐베이터가 없어 사랑이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상황이었다.

“급한 마음에 기도 제목을 보냈어요. 그런데 이뤄주시더라고요. 막연해 보이던 믿음이 구체화되는 경험이 쌓이면서 기도 제목도 구체적으로 가게 됐습니다.”

이후 ‘혈관을 못 잡은 채 양 손목과 발목에 솜뭉치만 달고 있다’며 기도했고 ‘오랜 금식과 링거로 황달 증상이 왔다’며 기도를 요청했다. 덕분에 사랑이는 하루하루 기적을 보여줬다.

“20개월 아이가 7㎏이라고 하면 작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3㎏으로 태어난 아이가 20배 넘게 컸다고 생각해 보세요. 60㎏이에요. 의료진은 일주일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이미 기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최병락 강남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의 안수기도를 받고 있는 사랑이. 강남중앙침례교회 제공

그리고 이번 캄보디아 선교를 통해 사랑이는 또 다른 기적을 보여줬다. 더위와 강한 햇빛, 의료 서비스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의료팀과 봉사팀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지친 선교팀에 사랑이의 환한 웃음은 힘이 됐다.

충구씨는 “사랑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회복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사랑이도 달라졌다. 인선씨는 “감정표현이 크지 않은 아이인데 캄보디아에선 미소가 만개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의 경험으로 부부는 하나님이 사랑이를 통해 놀라운 일을 하실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미 실현된 것도 있다. 충구씨는 사랑이가 생명을 살렸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얼마 전 병원에 갔더니 담당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전해 주셨어요. 한계체중이란 게 있는데 300g대 체중이면 위험하니까 병원에서 다른 쪽으로 유도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랑이가 태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아기가 300g이 되더라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답니다. 세상을 못 볼 뻔한 아이들이 사랑이로 인해 태어날 수 있었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인선씨도 “신생아 중환자실에 사랑이 사진과 함께 사연을 소개한 패널을 붙여놨다”면서 “면회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위로를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사랑이가 중환자실에 있었을 때처럼 부부는 사랑이를 위한 기도 제목을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작지만 크건 작건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의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사랑이도 하나님이 자신을 살리셨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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