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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임성수] 그때 그 대표


더불어민주당에도 용기 있게 청와대를 향해 직언하는 ‘퍼스트 펭귄’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조응천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직원들이 비위 논란에 휘말리자 당시 조국 민정수석을 향해 “먼저 사의를 표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 했다. 사석에서는 “맞는 말 했다”는 의원들이 적잖았다. 하지만 함께 목소리를 낼 만큼 용기 있는 의원은 없었다. 조 의원은 극렬 지지층에게 수모를 당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때 조 수석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면 여권의 참패로 끝난 ‘조국 대전’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지만 조 의원은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사였다. 조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의 첫 공직기강비서관이었지만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휘말리면서 청와대를 나왔다. 이후 식당을 운영하던 그를, 당시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직접 찾아 영입했다.

파격적인 영입은 더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였던 2016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였던 김종인 전 의원을 삼고초려 끝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중도 보수 성향의 김종인 영입은 민주당 총선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전 최고위원, 게임업체 대표였던 김병관 의원의 입당도 문 대통령 작품이었다. 진영의 ‘눈’으로 보자면 김 전 의원이나 조 의원은 민주당 근처에도 오지 못할 인물들이었다. 운동권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민주당에 박근혜의 경제 멘토, 전 비서관, 재벌 상무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당시에도 당내에선 박 전 대통령의 집권에 공을 세운 인물을 왜 민주당 간판으로 세우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문 대통령은 진영을 따지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색깔의 인물만으로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봤다. 능력이 있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라면 상대 진영이라도 끈질기게 영입을 시도했다. 지지층만 보지 않고, 중도층도 살폈다. ‘친박’이니 ‘진박’이니 감별이나 하던 자유한국당을 꺾고 총선에서 승리한 이유였다. 그 승리는 대선에서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야당 대표 시절에 인사로 승리했던 문 대통령이 임기 중반 인사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로 보여줬던 용인술을 법무부 장관 인선에도 발휘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어떤 인사를 데려와도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지금처럼 조국도 잃고 민심도 잃는 궁색한 처지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조국 논란’이 불붙을 무렵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에 발로 뛰면서 외부인사 영입에 성공했다. 그런데 청와대 참모들은 사람을 구한다면서 서류만 보고 전화만 돌리고 있다”며 “후보자 검증이 아니라 애초 인선부터가 문제”라고 했다.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갖게 될 것이다. 장관 자리 하나를 채우는 것을 넘어 냉담해진 중도층의 마음을 돌리고, 임기 후반기 국정 동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후임 장관을 인선하는 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고 말했다. 이왕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제대로 된 인사를 찾아야 한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인재영입 발표를 했던 민주당 회의실에 배경으로 걸려 있던 문구다. 좋은 장관 후보자를 찾기는 어렵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두 차례 “매우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인 문 대통령이 대표 시절처럼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사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 2016년 문 대표가 했던 일을 2019년 문 대통령이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임성수 정치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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