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식 계속고용제 도입하는 방안 제시하며 논의에 본격 시동 걸어
정년 연장은 호봉제 중심의 경직적인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해 추진해야 지속 가능
대표적인 수혜자가 될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길


정년 연장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뜨거운 이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정년 연장 논의에 불을 댕겼다. 정부는 연장 방안으로 일본이 시행 중인 계속고용제 도입을 제시했다. 현 정년인 60세 이후에도 고용을 연장하도록 사업장에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사업주가 고령자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구체적인 방안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연장될 정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처럼 65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60세 정년제가 모든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된 게 2017년인데 2년 만에 추가 연장 얘기가 나오는 게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부터 논의를 본격화해 현 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은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초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려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노후 준비가 대체로 부실하고 노인복지 정책은 충분하지않기 때문에 정년 연장이 노인 빈곤을 해결할 묘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이 2028년 65세로 늘어나는데 현재 정년이 유지된다면 재취업을 하지 않는 한 5년간 근로소득이 없이 지내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소득 절벽은 난감한 상황이다. 그들에게 정년 연장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도 노인 복지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재정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사업주에겐 인건비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적으로 오르는 호봉제 임금체계를 시행하는 곳이 많아 사업주들이 정년 연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0년 이상 근속자 임금(2016년 기준)은 1년 미만 근속자의 4.39배나 된다. 유럽연합(EU)이 평균 1.62배인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선뜻 받아들이는 사업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부담을 줄이려고 명예퇴직, 권고사직, 정리해고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조기퇴직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후 조기퇴직자가 급증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조기퇴직자가 2016년 41만400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0만2000명으로 오히려 18만8000명(45.4%) 늘었다.

정년 연장은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장기근속 고령자들의 퇴직 시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신규 충원 기회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고령자 1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사회초년생 3~4명을 채용하는 것과 맞먹어 정년 연장의 여파가 더 클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기성세대에 대한 2030세대의 반감이 폭발할 수 있다. 정년 연장을 시행하려면 예상되는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리하게 추진했다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몰고 온 사회적 갈등과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다.

정년 연장이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워야 한다면 사업주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정년 연장보다는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청년 구직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로봇, 인공지능(AI) 등이 노동력을 대체하는 등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과욕은 금물이다.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으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공감대가 형성되더라도 정년 연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가야 한다.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나 성과연봉제 등으로 개편하거나 합리적 수준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는 걸 방지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고, 청년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도 줄일 수 있다.

갈 길은 뻔히 보이지만 문제는 노동계의 반발이다. 노동계는 호봉제 폐지 등 임금체계 개편이 결과적으로 임금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연동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노동계 반발이 심하다고 정년 연장부터 덜컥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60세로 정년을 연장하고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개별 기업 노사에 맡겨두는 바람에 일선 현장에서 갈등을 빚었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임금체계 개편은 정년 연장의 대표적인 수혜자인 공공부문에서 물꼬를 트는 게 바람직하다.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정년 연장과 호봉제 혜택을 둘 다 누리겠다고 버틴다면 민간기업 노동자들을 설득해 낼 명분이 없다. 정년 연장을 추진하려면 공공부문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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