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구해줘! 홈즈’방송화면 캡처.

‘예능은 재밌어야 한다’는 건 불문율이다. 그래서 많은 프로그램이 말초적 웃음에 집중해왔는데, 최근 새로운 예능이 속속 안방을 찾고 있다. 선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이를테면 저마다의 가치를 듬뿍 담은 ‘이상(理想)’한 예능들이다.

우선 지상파를 보자.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 등 장수 프로그램과 관찰 예능 향연 속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둔 예능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스타들이 시민들의 집을 대신 찾아주는 ‘구해줘! 홈즈’(MBC)나 직장 내 갑질을 소재로 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KBS2) 등이 그런 사례인데, 모두 올해 들어 선보였다.

이런 경향이 한층 불붙은 건 ‘무한도전’을 10여년간 이끌어 온 김태호 PD가 복귀하면서다. 김 PD는 휴식기를 끝내면서 ‘놀면 뭐하니?’ ‘같이 펀딩’(이상 MBC) 등 2개 프로그램을 연달아 선보였다. 그중 같이 펀딩은 무한도전에서 지구 온난화 특집 등 사회적 고민을 담은 에피소드를 만들어왔던 김 PD의 정체성이 깊이 배어있다.

MBC 예능 ‘같이 펀딩’방송화면 캡처.

같이 펀딩은 스타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담은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배우 유인나 강하늘 등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특히 유준상의 태극기함 프로젝트는 큰 인기를 끌었다. 태극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기획으로 펀딩 초기 목표액의 8212%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고, 일련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8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예능들이 등장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사회 흐름의 변화와 맞물려있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김교석 TV칼럼니스트는 “코미디와 예능은 이제 별개의 영역”이라며 “일상성을 탐구하는 관찰 예능에서 교양 중심 예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 참여적인 볼거리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는 법인데, 세련된 스토리텔링을 담은 예능들이 눈에 띈다”고 평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방송화면 캡처.

실제 요즘 예능 판도가 가치추구형 프로그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민 MC 유재석이 이끄는 ‘일로 만난 사이’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상 tvN)은 각각 노동의 가치와 일반 시민들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1박2일’(KBS2)을 연출했던 류호진 PD는 tvN 이적 후 첫 프로그램으로 ‘수요일은 음악프로’를 선보였다. 숨은 명곡들의 이모저모를 즐겁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류 PD는 “치열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 속에서 편안히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관계가 소원해진 시대에 ‘눈 맞춤’을 소재로 한 ‘아이콘택트’(채널A) 등도 전파를 타고 있다.

‘B급 감성’ 등 재기발랄한 내용으로 시원한 웃음을 주는 예능도 물론 사랑받고 있다. 25일 시즌7을 공개하는 나영석 PD의 ‘신서유기’나 웃지 않는 것을 목표로 이수근 김동현 황제성 등 멤버들이 고군분투하는 ‘플레이어’(이상 tvN)가 그렇다.

눈에 띄는 건 이런 콘텐츠들 대부분이 유튜브 영상 클립에서 유달리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의 경우 시청률은 1%(닐슨코리아)대이지만, 개그맨 이진호의 ‘농번기 랩’ 등의 영상 조회 수는 수십만, 수백만회를 기록 중이다. 이런 현상도 최근 가치 중심 예능이 꽃피우고 있는 TV 사정과 관련이 있다. 정 평론가는 “유튜브는 재밌고 짧은 콘텐츠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마련”이라며 “가치 예능은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TV에 알맞은 콘텐츠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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