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제약·바이오 종목을 겨냥해 ‘묻지마 투자’ 경보를 울렸다.

신약 개발 관련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가가 널을 뛰듯 출렁이고 있어서다. 제약·바이오산업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술개발이나 임상시험 등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업종으로 꼽힌다. 주가 하락에 거는 ‘외국인 공매도’까지 얽혀 있어 주가 변동성이 매우 높다. 금융 당국은 “무분별한 투자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17일 ‘바이오·제약주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기반한 신중한 투자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약 바이오산업의 낙관적 전망을 무작정 믿지 말고, 면밀히 따져본 뒤에 합리적으로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약의 임상시험은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허위 풍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산업에 쏟아지는 관심은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바이오·헬스산업을 차세대 선도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런 기대감을 안고 코스피·코스닥시장의 바이오 관련 종목 시가총액은 2014년 말 29조7000억원에서 지난 9월 말 88조36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고평가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신약 개발 기대감이 주가를 상승시킨 만큼 임상 결과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이오 기업 에이치엘비는 지난 6월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8만원이던 주가가 2만원대로 폭락했다. 그런데 이달 초 유럽종양학회(ESMO)가 리보세라닙의 임상 결과를 베스트 논문으로 선정했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며 주가는 12만7600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 새 주가가 186%나 폭등한 것이다. 그 사이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9위에서 2위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바이오 기업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같은 기간 58% 내렸다. 유전자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 ‘엔젠시스’의 임상 3상에서 가짜 약과 신약이 오염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식은 탓이다. 지난 8월엔 임상 3상에서 유효한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에 주가가 50% 넘게 오르기도 했었다. 임상 3상 관련 소식에 폭등과 폭락을 거듭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2006~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임상 3상 통과) 기간은 평균 10년 이상이다. 최종 임상 통과율은 9.6%에 불과하다. 신약 안전성 논란, 임상 실패에 따른 주가 급변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챙기거나 허위·과장 광고로 주가를 띄우는 일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엔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의약품 임상시험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뒤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주가를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제약회사 대표이사 등이 검찰에 넘겨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임상시험 관련 허위사실 또는 과장된 풍문을 유포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바이오 관련 이상매매, 허위사실 유포 등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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