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정치적 의도를 가진 무리한 기소”라는 정 교수 측과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이 맞선 가운데 법원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심리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8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번 재판은 정 교수가 딸 조모씨의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때 자기소개서 실적에 기재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다룬다.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은 검찰이 수사를 마치고 추가 기소하면 병합될 전망이다.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계획에 관해 논의하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정 교수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는 설전이 펼쳐졌다. 수사기록 열람·복사 문제를 놓고서다. 변호인은 검찰이 기록 열람·복사를 허용치 않아 재판 준비를 못하겠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불허 이유로 공범 관련 수사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기에 검찰이 여죄 수사 필요성을 이유로 기록 열람·복사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부가 구체적 이유를 검찰이 대지 않으면 열람·복사를 추후 허용하겠다며 변호인 손을 들어준 건 이 때문이다. 인권을 우선하는 합리적 결정이 검찰에 요구된다. 정 교수 측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수사를 지연시켜온 측면이 있어 재판도 시간끌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만큼 정정당당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재판이 시작된 만큼 법원이 유념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여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여론의 흐름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지난 9일 조 전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의 논란을 되돌아봐야 한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법원 개혁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영장이 기각돼 말들이 많았다. 보고서는 “법원은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에 대해 방관자로 전락했다”며 겁박하는 것이어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 물론 법원이 이에 굴복했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럼에도 법원에 대한 섣부른 의심과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져 사법부의 권위가 일정 부분 훼손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검찰·법원 압박이 극심하다. 여야는 정파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여기에 법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독립성이 보장된 법관으로서의 무거운 사명감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재판에서도 오로지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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