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X 101’에 출연한 연습생들 단체사진. 지난 5~7월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투표 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CJ ENM 제공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문제로 연예계가 시끄럽다.

논란의 불씨는 7월 19일 전파를 탄 ‘프로듀스 X 101’(이하 프듀 X) 마지막 회였다. 시청자들은 몇몇 최종 후보자의 표차가 똑같이 나는 점을 들어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 엠넷이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도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산 바 있어 원성은 빠르게 확산됐다.

경찰은 엠넷이 속한 CJ ENM과 프듀 X에 참가한 일부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애청자들의 분노는 이달 들어 더욱 커졌다. MBC ‘PD수첩’이 지난 15일 ‘CJ와 가짜 오디션’이라는 제목을 내건 방송에서 프듀 X와 아이돌 학교를 둘러싼 문제들을 파헤쳤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프로그램 참가자들에 의해 투표 조작 말고도 여러 구린 부분이 드러났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특정 참가자들의 본선 진출, 데뷔팀 합류가 내정돼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울림엔터테인먼트의 한 참가자는 프듀 X에 출전한 같은 회사 연습생 중 한 명만 데뷔팀에 뽑힌다는 것을 소속사 직원이 미리 알려줬다고 폭로했다. 아이돌 학교에 출연했던 이해인은 본선 진출자 40명 중 4명만 3000명이 치른 1차 오디션에 나갔고, 나머지 36명은 미리 섭외한 상태였음을 밝혔다. 프듀 X에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들이 경연에 쓰이는 노래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제작진과 기획사들이 야합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폭로였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이 소속사 연습생들의 방송 노출 분량이 현저히 많았다는 한 연습생의 불만에 공감을 넘어 신뢰가 간다.

이러한 진술을 접한 탈락자들은 화가 치솟았을 듯하다. 제작진이 자기들한테 도움이 되는, 혹은 구미에 맞는 기획사들과 결탁해 짜놓은 판에 한낱 소품으로 활용된 셈이기 때문이다. 가수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성공을 미끼로 추악한 농간을 부린 것이나 다름없다.

선발될 인물이 정해져 있으니 투표는 사실상 무의미했다. 과감한 사기극을 한층 성대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부대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허무하게도 이를 모르는 열혈 시청자들은 응원하는 참가자가 데뷔하기를 바라며 정성스럽게 투표에 임했다.

어떤 시청자들은 어떻게든 힘을 더 보태고자 가족과 지인에게 문자 투표를 부탁하기도 한다. 수많은 이가 헛돈을 썼다.

문자 투표에는 건당 100원이 든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지불한 돈을 공정하게 이용하지 않았다면 이 역시 기만일 수밖에 없다.

분개해 마땅한 일이다. 엠넷은 이상 실현을 볼모로 어린 참가자들을 쇼의 인테리어로 부려 먹었다. 시청자들을 우롱했다. 대한민국에 오디션 돌풍을 일으킨 엠넷은 이제 오디션을 빙자한 야바위꾼으로 보이게 됐다. 지금 엠넷에는 반성, 쇄신, 청렴이 절실하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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