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 건축정책을 총괄한다. 하지만 각 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정부위원들은 단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발족 이후 11년간 정부위원 출석률은 ‘0’이다. 주요 건축정책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장관조차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건축정책위가 제시하는 건축정책 틀에 따라 3기 신도시 등 주요 도시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정작 정책 책임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국가건축정책위는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국민일보가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제5기 국가건축정책위는 지난해 4월 16일 업무를 시작한 뒤 지난달 말까지 모두 29차례 합동연석회의를 가졌다. 국가건축정책위는 2008년 12월 1기 출범 이후 국가 전체의 건축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왔다. 건축 분야 정책을 심의하고, 관계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정책도 조정한다.

정부는 지난해 승효상(사진) 이로재 대표를 위원장으로 세우고 5기 국가건축정책위를 시작했다. 승 위원장을 포함해 민간위원 19명이 위촉됐다.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 국토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각 부처 장관 11명이다.


5기 국가건축정책위의 29번 회의에서 승 위원장은 18번 참석했다. 민간위원인 이광환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모든 회의에 나왔다. 이어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27회), 박인석 명지대 교수(26회), 김희옥 에이텍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24회) 순이었다.

반면 정부위원은 단 한 차례도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정부위원의 회의 불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건축정책위가 처음 문을 연 2008년부터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1기 국가건축정책위(2008년 12월~2010년 11월)에선 20회의 합동연석회의에 민간위원 13명만 참석했었다. 2기(2011년 4월~2013년 4월), 3기(2013년 12월~2015년 12월), 4기(2016년 2월~2018년 1월)라고 다르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인프라 정책의 경우 국가건축정책위 자문을 받아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세운다. 지자체의 공공건축물 건설, 건축서비스산업 활성화, 도시재생 사업, 소규모 건축물 품질 향상 등 주요 건축 현안에서 국가건축정책위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한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가 국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터전이 될 수 있도록 국가건축정책위와 협력해 도시건축 통합설계 기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었다. 공원이나 교통 대책이 부족한 1, 2기 신도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국가건축정책위 자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위원의 ‘불참 관행’ 때문에 국가건축정책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은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국가건축정책위와 협력·추진하겠다고 밝힌 주요 과제에 민간위원 의견이나 제안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국가건축정책위 민간위원은 “정부위원이 회의에 참석해야 허심탄회하게 정책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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