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 스탠드업 코미디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의 한 장면. 지난 5월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이 공연은 이후 부산 대구 전주 등 지방 공연에서도 전석 매진되며 흥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제 별명이 연예계 ‘칭기즈칸’입니다. 정복하지 못한 남자가 없어요.”

코미디언 박나래의 걸쭉한 입담이 60분간 이어진다. 파격적이어서 짜릿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 1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이하 농염주의보). 예능 ‘나 혼자 산다’(MBC) 등을 이끌며 대세 예능인으로 우뚝 선 박나래가 자신의 연애담 등 ‘비방용’ 이야기들을 펼쳐놓는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렸던 공연을 영상화한 것인데, 해당 무대는 19금(禁)에도 예매 시작 5분 만에 전석(1496석)이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농염주의보 연출을 총괄한 컴퍼니상상 김주형 PD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현장 반응이 열광적이었다”며 “특히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와 주셨는데, 꾸밈없이 당당한 박나래씨의 모습에 호응이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솔한 이야기들이다 보니 ‘즐기며 살자’는 박나래씨의 메시지도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전했다.

농염주의보의 이 같은 인기는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코미디언이 무대장치 없이 말로만 관객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한국에서 늘 변두리 장르로 인식돼 왔다. 정치 사회 등에 대한 과감한 화법이 특징인데, 자니 윤 등 원로 코미디언들 이후 명맥이 끊겼고, ‘개그콘서트’(KBS2) 등 콩트 위주 코미디가 빈자리를 채웠다.

그랬던 스탠드업 코미디쇼는 최근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새삼 기지개를 켜고 있다. JDB엔터테인먼트는 서울 마포구 내 공연장 JDB스퀘어에서 매주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17년간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약한 대니 초 등이 무대에 오른다. JDB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콩트 아닌 코미디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관객들의 공감대가 상당해 계속 선보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달에는 박나래가 진행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소재 파일럿 예능 ‘스탠드업’(KBS2)도 방송된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건 방송인 유병재였다. 2016년 말 ‘말하는대로’(JTBC)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했던 그는 공연 ‘블랙 코미디’ ‘B의 농담’을 연이어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자연스러운 매력도 있지만, 스토리텔링과 반전 요소 등 코미디의 핵심 요소가 두루 들어가 있는 장르”라고 했다.

해외 콘텐츠 플랫폼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영미권의 주요 코미디 장르인 스탠드업 코미디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통해 점차 익숙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앨리 웡, 에이미 슈머, 데이브 셔펠 등 숱한 스탠드업 쇼 기반 해외 코미디언들이 이들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서 사랑받고 있다.

그렇다면 스탠드업 코미디 붐은 계속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정 평론가는 “넷플릭스처럼 스탠드업 코미디를 수용할 만한 플랫폼이 국내엔 없다”며 “역량을 갖춘 코미디언들이 상당히 많다. 방송사들이 핫한 아이템인 스탠드업 코미디를 품을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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