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해리스카운티의 조그만 마을 캘러웨이가든에는 매년 4~5월 매일 눈이 내린다. 눈은 비가 얼어 내리는 ‘진짜 눈’이 아니라 연분홍색 ‘꽃잎 눈’이다. 반경 16㎞의 이 마을은 면적의 90%가 숲이고 그중 절반이 벚꽃나무, 20%는 진달래나무다. 그래서 길을 걸어도, 도로를 달려도 바람에 흩날린 꽃잎이 눈처럼 내린다. 2000명도 살지 않는 이 마을은 연간 75만명의 미국인 또는 외국인이 찾는 관광 명소다.

캘러웨이가든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조지아주의 ‘깡촌’이었다. 연중 온화한 데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목화와 채소 농사를 짓던 곳이었다. 봄이 되면 숲속에 자라던 야생 진달래나무에서 꽃이 피어나던 지역에 케이슨 캘러웨이란 사람이 자그만 화원을 지은 게 1952년이었고, 그가 숨진 후 부인이 본격적으로 벚꽃나무를 심기 시작한 게 1962년이었다. 나무가 자라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선 10년 뒤 캘러웨이가든은 마을 전체가 벚꽃나무 ‘밭’이 됐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을주민회는 1990년대부터 입장료를 받았다. 마을로 들어오는 외지인 차량마다 20달러씩 받았다. 모인 돈으로 리조트를 짓고 산책길을 정비하고 음식점을 만들었다. 이제 이곳 주민들은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부자들이 돼 있다.

플로리다주 멕시코만에 있는 길이 1.5㎞, 너비 300m짜리 길쭉한 세인트조지섬은 무인도였다. 아무것도 없는 모래밭에 잔잔한 파도가 치는 황량한 반달 모양의 이 섬은 이젠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DC의 부자들이 찾는 고급 휴양지이자 바다낚시 명소다. 주정부가 나무를 심고 별장형 리조트를 지어 관광지를 만들었다.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만들자 관광 수요가 폭발했다.

우리 농촌은 지금 ‘지방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 안 그래도 젊은층 인구가 도시로 몰려갔는데 저출산 붐(?)까지 밀어닥쳐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현재진행형인 개발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정체돼 있는 농어촌이 여전히 우리 국토의 절반을 넘는다. 귀농, 귀어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성공했다는 소식보다는 현상유지이거나 실패했다는 말이 더 많이 들리기도 한다. 귀농인, 귀어인이 증가하지만 지자체들이 도시인인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방자치단체들은 그저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만 쳐다보고 있다. 좀 더 많은 지방교부세 지원을 받거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라도 없는지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다.

경상북도가 최근 청년농촌 귀농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 30, 40대 청년세대가 귀농해 편리한 주거생활을 누리며 농업 관련 각종 기업을 만들고 농사 지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명하게도 지자체 예산만 들이지 않고 굵직한 대기업과 ‘사회적 프로젝트’를 만들어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대도시 수준의 인프라가 의성 군위 같은 시골에도 갖춰지면 자연스레 젊은 인구가 늘고 이들의 경제활동으로 지방 소멸 위기도 사라질 것이란 계산이다.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자체는 계속 늘어날 게 틀림없다. 하지만 단순히 급감하는 인구를 늘리고 침체된 농촌경제를 정상 궤도로 진입시키자는 데 그칠 일은 아닌 듯하다. 주어진 자연 환경을 명소로 둔갑시킬 수 있다. 도시만큼이나 부가가치가 풍성한 시골을 만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 바로 우리 땅이다. 땅을 갈아엎어 빌딩과 공장을 지어야만, 그래서 도시를 만들어야 발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인에겐 여유 있는 시골을 즐길 관광 명소가 더 많아야 한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생활자가 많아질수록 더 그렇다. 봄철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며 ‘꽃잎 눈’을 맞고 싶은 이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가을 산책로에 무한대로 펼쳐진 코스모스를 보고 싶은 게 도시인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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