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주춤하면서 ‘R(Recession·불황)의 공포’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27년 만에 최저치인 6.0%를 기록했다. ‘세계 4위’ 경제대국 독일 상황은 더욱 심상치 않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찍은 데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0%대에 머물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이 더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21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6.8%에서 올해 3분기 6.0%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바오류(保六·성장률 6% 사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중국의 경제수장 리커창 총리마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며 경기 하방 기조를 인정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올해 3분기 고정투자 증가율은 제조업 투자 부진 등으로 5.4%에 그쳐 전분기 대비 0.4% 포인트 떨어졌다. 3분기 소매판매 증가율도 자동차 판매량 등이 줄면서 전분기 대비 0.9% 포인트 내려간 7.6%에 머물렀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2분기 5.6%에서 3분기 5.0%로 둔화됐다. 투자와 소비, 생산이 모두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소득 증가 둔화, 제조업 투자 냉각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대로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수출이 나아지기 어렵고 내수 둔화 등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우진·이치훈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자동차 산업 불황 등 잠재 위험이 줄지 않아 경기 하방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의 맹주로 불리는 독일 경제도 어둡다. 미국과 EU의 무역갈등이 거세지면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가 더 타격을 입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5%, 내년에도 0.7%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다 지난 18일 발효된 미국의 대(對) EU 관세부과는 독일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독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 자동차 산업 비중은 14%에 달한다”며 “미국의 EU 관세부과로 독일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과 독일이 주춤하면서 ‘글로벌 R의 공포’도 힘이 세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올해 세계 실질 경제성장률은 2.6%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3.0%가 넘었던 글로벌 명목 성장률도 3% 미만으로 예상했다. 2017년과 지난해 6%대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아진 수치다.

이 연구원은 “중국 독일의 경기 둔화로 향후 경기부양 정책 등이 강화될 수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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