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작성했다는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건에는 계엄군의 이동경로와 신촌, 대학로, 서울대, 여의도 등 병력을 배치할 지역 등이 적혀 있다. 뉴시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21일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계엄 검토 문건 원본을 확보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폭로했다. 군인권센터는 이 문건 작성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계엄 검토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둔 2017년 2월 작성된 ‘현(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는 제목의 A4용지 8쪽짜리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군사 2급 비밀로 분류돼 있었다. 황 대표가 계엄 검토에 개입했다는 근거는 계엄준비 단계를 설명한 문건 내용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는 점 등이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NSC 회의에서)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앞서 검찰 수사를 촉발시킨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에는 빠져 있던 것이었다. 특히 군인권센터는 문건에 계엄시행 준비에 착수하는 시점을 ‘탄핵심판 선고일(D)-2일부터’라고 적시하는 등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평시 계엄 선포 시 고려사항’ 등을 담은 A4용지 19쪽 분량의 참고자료 문건도 공개했다. 참고자료에는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도 적혀 있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 시 구속수사 등 엄중처리 관련 경고문 발표’ 등 방안이 나열돼 있다. 계엄군 배치 장소도 청와대 국방부 정부청사 법원 검찰 광화문 용산 신촌 대학로 서울대 국회 톨게이트(서울, 서서울, 동서울) 한강다리 10개 등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계엄 투입 부대와 기동로도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었다.

다만 계엄 검토 문건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여러 버전의 계엄 검토 문건을 확보했다”면서도 “이들 문건의 진위 여부는 피의사실공표 문제 때문에 일일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문건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으로 도피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행방을 찾지 못해 완료되지 못한 상태다.

야당은 군사비밀 문건이 유출된 경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내용에 불과했다”며 “황교안 대표가 수차례 언급한 대로 모두 허위 사실이다.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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