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이 국정감사 종합감사가 실시된 21일 국회 본관 복도에 가득 들어차 있다. 공무원들이 민생 현안과 관련된 답변 자료를 잔뜩 준비했지만 대부분의 국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공방 탓에 민생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2019년 국정감사가 21일 11개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운영위와 정보위를 제외한 대다수 상임위가 법정 공휴일을 제외한 12일 동안 역대 최다인 788개 피감기관을 감사했다.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상임위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며 민생 과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조국이 삼켜버린 역대 최악의 국감 덕분에 피감기관들만 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임위 중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난 법제사법위는 최악으로 손꼽힐 만하다. 여야 의원들은 마지막 국감에서도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수사 과정에서의 특혜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법사위에선 국감 기간 줄곧 고성과 비방이 오갔고,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막말로 국회 윤리특별위에 제소당했다.

법사위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교육위와 정무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기획재정위도 조국 이슈가 휩쓸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도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미래에셋대우와 KTB투자증권 임원을 상대로 조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와 투자 약정을 체결한 PNP플러스 투자에 대한 질의를 쏟아냈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문제 등 민생 현안이 조국 이슈에 묻히면서 정무위 피감기관인 금융업계에선 “한마디로 계를 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파생결합펀드 손실 등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될 이슈가 많았는데 조 전 장관 문제에 덮여 잘 피해갈 수 있었다며 다들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 후에도 조국 여진은 이어졌다. 이날 교육위 국감에선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복직 시기가 논란이 됐다. 앞서 교육위 국감에선 조 전 장관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동양대 표창장 위조 논란,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들이 다뤄지지 못했다. 의원들의 질의가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 산하 3개 과에만 집중되면서 “다른 과들은 국감을 수월하게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승전 조국’ 국감이 이어지면서 피감기관 중 국감 현장에 출석하고도 단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못한 곳들이 수두룩했다.

조국 사태는 조 전 장관 관련 인물의 증인 채택 문제와 자료 제출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상임위마다 회의 진행에 진통을 겪었다. 문화체육관광위가 대표적으로, 국감 첫날부터 야당 의원들이 증인 채택 문제로 퇴장해 반쪽으로 진행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여야는 역대 최악의 국감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렸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생과 정책, 행정부에 대한 감독은 실종되고 오로지 조 전 장관을 겨냥한 인신 공격으로 뒤덮인 국감이었다”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렇다할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장외 집회를 의식해 조 전 장관 문제를 재탕 삼탕하는 바람에 ‘맹탕 국감’이 됐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당은 집권당인 민주당이 정부 감싸기에 급급한 ‘방탄 국감’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민생을 외쳤지만 뒤로는 불법과 위선을 옹호했다”며 “실패한 조국 수호와 치졸한 야당 원내대표 흠집내기로 국감에 임했다”고 꼬집었다.

김나래 이가현 김용현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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