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은 대외적으로 국회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의사(議事)를 정리하며 국회 질서를 유지한다. 이런 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국회법은 의장 재직 중 당적을 떠나도록 규정했다.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이나 계파가 아닌 입법부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당적으로부터 자유롭게 무소속으로 활동하라는 의미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해외 순방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과반이 아니라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어느 당이든 몰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장에 나와서 소리 지르지 말고 촛불 민심을 제도화하고, 헌법을 고치고, 검찰 개혁 등 개혁 입법을 할 사람을 눈 부릅뜨고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시행령과 지침 등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는데, 입법을 하지 않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된다. 지금 와서 나자빠지면 안 된다”고도 했다.

누가 들어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편드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이다. 문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이 같은 발언은 국회의장이 재직 기간에 당적을 보유하지 못하게 한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특히 문 의장이 어느 당이든 개헌안 등 주요 안건을 국회에서 단독 처리할 수 있도록 절대다수 의석을 갖게 해야 한다고 부추긴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대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정당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입법을 하고 정책을 시행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질서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다. ‘입법 독재’ 발상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자리다. 역대 의장 중에는 여당 출신이면서도 재임 기간에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대통령을 견제하고 비판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 문 의장의 경우는 어떤가. 입법부 수장으로서 보다 더 대통령을 견제하고 국회 의사 업무에서 중립적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도 의회와 정당을 들러리 세우는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회와 정당정치를 경시하려는 태도에 대해 경고를 하고 시정하려고 더욱 노력해야 한다. 국회의장의 중립적 태도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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