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종순 (21) NCCK와 한기총, 하나된 부활절 연합예배 드려

기독교 진보와 보수 수장 지낸 경력으로 갈라진 부활절 연합예배 합치는 일 해내

박종순 목사가 2006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동 주최한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서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이 1987년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했다. 전 세계 107개국 215개 개혁교회가 회원인 WARC는 1875년 설립된 국제 기독교 기구다. 나는 총회 준비위원회 예배분과위원장을 맡았다.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개혁교회 전통을 계승하고 한국의 문화까지 담아낸 예배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달라도 모두 주님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다. 서로를 이해할 때 복음의 놀라운 능력을 체험하게 된다. 총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급성장한 한국교회가 세계와 소통한 기회가 됐다.

나 역시 많은 걸 배웠다. 86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할 때 당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NCCK는 오랜 전통을 가진 대표적인 연합기구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세계교회와 끈끈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던 NCCK가 크게 헌신했다. 하지만 어둡던 시절, 사회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NCCK가 민주화가 정착된 뒤 혼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회장을 맡았던 때가 바로 그랬다.

교회들은 진보적이라며 굴레를 씌웠다. NCCK도 과거의 영광 속에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나는 보수적 교단들과 NCCK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내가 NCCK 회장을 할 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 최훈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고 있었다. 최 목사님은 나보다 14살이나 많았고 84년 예장합동 총회장을 지내신 교계 어른이었다.

나는 최 목사님과 자주 만났다.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놨다. “목사님, NCCK와 한기총이 지금처럼 갈등만 빚는다면 한국교회 미래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자주 만나 협력하고 한국교회를 위해 봉사할 길을 찾길 소망합니다.” 최 목사님은 나의 제안을 지지해 주셨다.

그 시절 한기총과 함께 북한에 쌀도 보내고 여러 모양으로 협력했다. NCCK 회장이지만 한기총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나는 2006년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됐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진보와 보수 연합기관의 수장을 지내는 흔치 않은 경력을 갖게 된 것이다.

양 기관을 모두 경험한 나는 갈라진 부활절 연합예배를 하나로 합치는 일을 시작했다. NCCK는 대한성공회 박경조 주교가 이끌고 있었다. 수차례 모임과 회의 끝에 연합예배가 성사됐다.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생명과 화해의 주, 예수 그리스도’를 주제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8만명이 운집한 자리에서 말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에게 생명과 소망을 주셨습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도 계속 함께 모여 예배드리기를 소망합니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배 준비 과정에서도 갈등이 컸다. ‘빈 무덤과 부활 신앙’을 주제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설교하셨는데 사전에 설교 원고를 검토해야 한다고 해서 갈등이 커졌다. 결국, 원고 검토는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조 목사님의 설교는 더없이 은혜로웠다. 이후 2010년까지 서울광장에서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렵게 합친 예배가 다시 나누어진 게 안타까울 뿐이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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