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를 방문해 취임 후 네 번째 시정연설을 했다. 이번 연설은 다음 달 10일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두고 행해져 사실상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조국 파동’을 거친 직후여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 관심을 모았다.

연설의 방점은 공정에 찍혔다. 문 대통령은 혁신과 포용, 공정과 평화의 네 가지 키워드를 국정운영의 목표로 제시하며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포용·평화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공정을 국정운영의 큰 축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조 전 장관으로 인해 공정에 대한 열망에 큰 상처를 받은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는 건 이 시점에 대통령이 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명확한 사과의 표현이 담기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성찰하겠습니다’는 식의 에두른 표현이 전부였을 뿐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흔적이 역력했다. 조 전 장관 거취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면서 검찰 개혁을 위한 조국 임명인지, 조국을 위한 검찰 개혁인지를 헷갈리게 만든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다면 그간의 과정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에 이어 국회와 국민을 향한 허심탄회한 협조 당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전날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국민 분열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듯한 인상을 준 데 이어 이날도 인적 쇄신과 같은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검찰 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대통령의 목소리는 겉도는 느낌을 줬다.

문 대통령이 민생을 강조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경제에 대한 시각에서 큰 변화가 없는 점은 우려스럽다. 확장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한 것도 당연하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파제와 마중물 역할을 할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가 재정의 건전성을 염두에 두고 더 알뜰하게 예산안을 심사해야겠지만,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은 과감하게 허용해야 한다. 예산안 심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쏟아질 각종 선심성 예산들을 차단하는 일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여야 정당은 정당대로 각자의 표를 위해 예산을 요구하고 주고받기식으로 야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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