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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는 최후의 결정권 하나님께 드리는 것”

광명 영광교회, 한국교회 첫 후임 목회자 ‘성경적 제비뽑기’로 청빙

박광재 영광교회 목사(오른쪽)가 21일 예배당의 제비뽑기함 앞에서 후임목사로 선출된 하만규 목사와 손을 잡고 하나님의 주권이 임하는 공동체로 이끌어 갈 것을 권면하고 있다. 광명=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 역사상 최초로 후임 목회자를 ‘성경적 제비뽑기’로 청빙한 교회가 나왔다. 경기도 광명 영광교회(박광재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비공식적으로 제비뽑기를 활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청빙 공고부터 최종 선출까지 공식적으로 진행된 건 처음이다.

영광교회에선 지난 20일 예배 후 교회 역사에 남을 공동의회가 진행됐다. 주일예배 설교를 전한 박광재 목사는 강대상 앞에 어른 몸통만 한 상자를 놓고 성도들과 통성기도를 시작했다. 후임 목사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선출되도록 간구하는 기도였다. 오동나무 상자엔 황금색으로 ‘제비뽑기함’ 문자가 새겨진 휘장이 둘려 있었다.

기도를 마친 박 목사는 성도들 앞에 같은 크기의 두루마리 종이 세 개를 펼쳐보였다. 후임 목사 최종 후보에 오른 세 사람의 이름이 적힌 종이였다. 잠시 후 세 개의 종이를 상자에 넣고 박 목사가 눈을 감았다. 크게 한숨을 내쉰 박 목사의 손에 한 개의 두루마리 종이가 들려 나왔다. ‘하만규 목사’. 예배당에 있던 성도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축복했다.

박 목사는 21일 “1979년 개척 후 40년 동안 목회하면서 하나님의 주권에 의지해 모든 임직자를 제비뽑기로 선출해 왔다”며 “어제의 제비뽑기는 40년 목회의 마지막 단추이자 광명교회 2대 목사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새해 첫날을 후임 목사 선출을 위한 기도로 열었다. 지난 6월 ‘성경적 제비뽑기’로 후임 목사를 선출한다는 청빙 공고를 냈고 74명의 후보 중 당회가 14명의 예비 후보를 선정했다. 이후 14주 동안 후보자들이 한 차례씩 주일 강단에서 설교하고 성도들의 평가를 받았다. 공동의회 하루 전 평가 점수가 높은 3인이 최종 후보로 발표됐다.

박 목사는 ‘성경적 제비뽑기 전도사’로 통한다. 거룩한성경의제비뽑기운동 총재로 활동하면서 2000년엔 미국에 제비뽑기 운동을 전파하기 위해 ‘더홀리랏미션USA(The Holy Lot mission USA)’를 설립했다.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종준 목사) 총대(총회대의원)로 12년 동안 총회에 참석하며 “교단 임원을 성경적 제비뽑기로 선출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는 “중세시대 종교개혁자들은 성직매매자를 ‘이단 중 가장 악한 세력’으로 정죄했다”며 “영적 지도자를 세울 때 최후의 결정권을 하나님께 드리는 게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장합동과 통합 교단에선 과거 제비뽑기를 도입했다가 폐지하는 과정에서 ‘총대들의 주권 침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는 결국 욕심의 문제”라며 “사도행전 1장 20절에 기록된 ‘맛디아식 제비뽑기’야말로 금권선거, 목회세습, 원로와 후임목사 간 분쟁 등 한국교회의 병폐를 해소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광명=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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