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년 목사의 ‘예수 기도’ 레슨] 부활한 주님 만난 엠마오 식탁에서처럼… 식사는 ‘임마누엘의 체험’

<9> 쉬지 않는 기도의 실행-식사기도


누가복음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것을 보고 낙담한 제자 두 사람이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던 길에 부활하신 주님이 친히 그들 일행에 합류하셨지만, 실망에 싸인 그들은 미처 알아보질 못한다. 저녁이 돼 마을에 당도한 그들은 예수님을 강권해 집으로 초청한다. 그런데 그 집 식탁에 둘러앉자 예수님은 더 이상 손님이 아니셨다. 오히려 주인으로서 떡을 떼어주신다. 그 떡을 받을 때 제자들은 비로소 눈이 뜨인다. 그분이 예수님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 순간 예수님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17세기 화가 렘브란트는 생전에 이 엠마오의 제자들 이야기를 여러 번 그렸다고 한다. 빛 가운데 계신 예수님을 보고 깜짝 놀란 제자들을 보라. 너무 놀란 나머지 한 제자는 얼굴을 가리며 어쩔 줄 몰라 하고, 다른 한 제자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날 것만 같다(그림 참조). 그들은 식사 자리에서 부활 주님을 만났다. 식탁의 자리로부터 영안이 열려 부활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확실히 믿게 된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식사의 은혜, 식탁의 기적이다.

끼니를 넘어 성례로

크리스천에게 식사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식사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은혜다. 하나님께서는 만나와 메추라기로 이스라엘 백성을 먹이셨듯이 오늘 우리도 먹이고 돌보신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자연만물을 주관하고 운행하시기에 우리의 식탁에 음식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식사는 매일 감사의 이유이다. 우리의 영과 육은 하늘의 공급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풍성하신 하나님께서 매일의 양식을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명의 밥(요 6:35)이 돼 우리 영혼을 채워주시니 우리는 그것을 받아 누리며 매 순간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식사는 임마누엘의 체험이다. 우리는 믿음 안에서 함께 성찬을 나누며 그리스도를 기념한다. 함께 애찬을 나누며 사랑으로 교제한다. 함께 주의 교회와 하나님 나라도 세워간다. 먹고 마심이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기쁨의 축제요 거룩한 성례인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하루 세 번의 식사 앞에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혹여 그간 형식적이었다면 오늘부터 주어진 식사를 성례로 여기며 새롭게 식사기도를 드려 보라. 전심으로 드리는 식사기도는 쉬지 않는 기도의 좋은 동반자로서 우리를 주님과 더욱 친밀하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식탁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경건주의 영향을 받은 독일 남부의 어느 시골집에 세 들어 살았다. 집주인은 2층, 우리 가정은 1층이었다. 주인은 80대 어르신으로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셨다. 그분의 일과는 늘 규칙적이고 경건했다. 종종 저녁시간에 안부차 방문하면 어김없이 혼자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요리 한두 개와 수프, 차가 전부였지만 식탁은 매번 넉넉하고 정갈했다.

정성껏 식탁보를 깔고 식기들을 가지런히 놓는다. 요리를 끝낸 음식을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 놓는다. 앞치마를 벗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식탁에 앉는다.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그리고 식사를 시작한다. 음식을 비워도 식사를 마친 것은 아니다. 이어서 매일기도서를 꺼내 읽는다. 잠시 묵상한 뒤 주기도를 하며 마친다. 하루는 필자가 그분께 물었다. “혼자 살며 이렇게 정성껏 만찬을 준비하는 게 귀찮지 않으세요?” 그때 그분은 필자의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를 남기셨다.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시는 식탁입니다.”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그분도 식탁에서부터 눈이 열려 부활 주님을 보고 교제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주님과 식탁 교제를 나누던 그분은 삶 또한 남달랐다. 늘 검소하게 생활했고 남을 잘 섬겼고 어려운 사역자들을 후원하셨다. 이것이 바로 언제나 주님과 교제하는 삶, 쉬지 않고 기도하는 크리스천 아니겠는가. 우리도 그렇게 살기를, 우리의 식탁에도 이런 은혜가 가득하길 소원하며 식사기도를 드려 본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밥상을 베풀어 주심에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주님과 함께 먹고 마시는 이 양식으로 인해 우리의 영·혼·몸이 강건하도록 지켜주소서. 세상에 밥으로 오셔서 우리를 살리신 그리스도시여. 그 밥을 먹고 힘내어 우리도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으로 살길 원합니다. 언제나 환한 얼굴, 밝은 마음, 굳센 믿음, 충실한 삶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 합니다. 보혜사 성령이시여, 오늘도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진리로 인도하소서. 감사로 애찬을 들겠습니다. 아멘.”

이제 주어진 식탁을 소홀히 대하지 말자. 바로 그 식탁에 그리스도께서 함께 계신다. 식사 때마다 함께하는 이들과 손을 모으고 식사기도를 하자. 그날의 엠마오 만찬처럼 우리의 밥상도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풍성한 애찬이 될 것이다.

“복 있도다! 복 있도다! 복 있도다!/ 모든 식탁마다 계신 그리스도/ 내 곁에 계시고/ 내 뒤에 계시고/ 내 사방에 계시네/ 이 빵을 나눔 속에.”(켈트 기도문)


김석년 목사<서울 서초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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