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vs 수시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요즘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아예 진영별로 나뉘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에 부정적이다. 전교조나 진보 교육감들도 정시 확대는 학생들을 시험으로 줄세우는 것이라며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 위주의 수시를 선호한다. 진보 성향 언론들도 정시 확대에 부정적이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보수 교육단체 등은 조국 딸 문제를 거론하며 정시 확대를 주장한다. 하지만 백년지대계라는 교육마저도 진보와 보수로 나눌 일인지 의문이다. 정시와 수시는 나름대로 각각 장·단점이 있다. 두 가지를 적절히 조화시켜 정책을 만들면 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와 보수가 서로 수시와 정시 비중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양상이다. 입시 제도마저 진영 싸움이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자 여권과 진보 진영이 당혹해하고 있다. 마치 조국 수호를 외치다 갑작스러운 조국 사퇴에 당황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은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퇴 여론이 우세했듯이 지금은 정시 확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정시 축소, 수시 확대였지만 여론에 따라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23%에서 30%까지 확대한 정시 비중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했던 교육부도 정시 비중을 또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시 확대를 반대하던 여권 내에서 정시 확대 주장이 나온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마치 여권 내에서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조국 사퇴 주장을 한 것과 비슷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정시를 확대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씀하시는 만큼 그런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많은 국민들께서는 설령 정시가 확대돼 부유한 가정에서 상위권 대학을 더 많이 진학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야기되는 불공정성보다는 더 공정하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에서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뤄야 하듯이 정시와 수시 문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념에 의해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압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 정책도 시대 상황에 맞게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해를 조정해 끊임없이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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