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본 직원들이 22일 충북 청주의 공장에서 원팩 그래뉼 생산품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으나 경영 위기에 처했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도움으로 회생해 해외동반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플라스틱 첨가제 제조업체인 ‘두본’은 산화방지제, 대전방지제 등 플라스틱 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첨가제를 하나의 팩에 혼합한 ‘원팩(제품명 폴리녹스)’을 생산해 석유화학 기업에 공급한다. 제조 공정을 단축시키고 품질·재고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원팩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22일 찾은 충북 청주의 두본 공장에선 원팩 제조라인이 한창 돌아가고 있었다. 각 호퍼(투입구)로 투입된 첨가제들이 믹서에서 만나 1시간가량 배합과정을 거친 뒤 그래뉼 형태로 완성되면 패키징을 했다. 작업인력은 3~4명이어도 충분했다.


두본이 원팩을 만든 1999년만 해도 국내에서 원팩을 판매하는 곳은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인 바스프 정도였다. 이대희(56·사진) 두본 대표는 “처음에는 원팩을 외면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롯데케미칼에 오랜 기간 납품을 하니까 LG화학, 한화, GS칼텍스, 효성 등 다른 석유화학기업들도 우리 제품을 찾아줬다”며 “인도의 릴라이언스, 대만의 포르모사 등에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화학 전공 연구 인력이 모여 시작한 두본은 기술 개발에 힘썼고, 그만큼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큰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은행에 워크아웃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는데 롯데케미칼이 기술력 있는 회사를 살리겠다며 은행에 중재를 해줬다”며 “결국 워크아웃을 받아 쓰러져가던 회사를 다시 일으켰고, 작년에 매출 약 650억원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청주 공장에 있는 원팩 생산 라인 5개 중 2개도 롯데케미칼이 워크아웃 개시 직후인 2009년, 2010년에 1개 라인씩 30년 세일 앤 리스백(판매 후 임대) 방식으로 지원했다.

두본은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원팩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두본이 없었다면 외국계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에 원팩 공급을 전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첨가제까지 자사 제품만 쓰기 때문에 자칫 석유화학제품 생산 주요 공정 전반을 의존할 수도 있었다.

원팩 외에도 두본은 1997년 ‘하이드로탈사이트’를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일본이 최초로 개발한 이 소재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의 안정제나 스판덱스의 원료로 사용된다.

현재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말레이시아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해외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은 원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말레이시아 공장에 약 1만3000㎡(4000평)의 토지를 두본에 임대하기로 했다. 공장의 핵심 설비도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사업하려면 공장 설립 허가를 받기도 어렵고 물류 통관도 까다롭다”며 “롯데케미칼이 현지에서 갖고 있는 인적네트워크로 믿을 만한 컨설팅업체를 소개해줬고, 법인설립도 롯데케미칼 법무 인력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최예슬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