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형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형이 대세’이던 서울 부동산 시장에 변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근 10년간 비혼, 저출산, 노령화 등에 힘입어 아파트 시장 내 소형 평형이 가격 면에서 절대 강세를 누렸지만 정부의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면서 재태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였던 대형 아파트 가격이 크게 반등하는 모양새다.

23일 부동산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이 KB부동산 주택가격 동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대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8억1961만원이었지만 9월에는 18억8160만원으로 9개월 사이 3.41% 올랐다. 같은 기간 중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9033만원에서 9억2025만원으로 3.36% 상승했다.

중소형 아파트는 5억8291만원에서 6억254만원으로 3.37%, 중대형 아파트가 10억6792만원에서 11억150만원으로 3.14% 올랐다. 예상과 달리 소형 아파트의 경우 3억5040만원에서 3억5865만원으로 2.35% 올라 평형별 분류상 서울에서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형 아파트는 통상 환금성이 높고 수요층도 많아 임대사업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다. 실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갭투자에서도 최우선 선택지는 소형 아파트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9·13 대책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공시가격 인상 등이 보유세 부담과 맞물리면서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뒤처지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형 아파트의 경우 세금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주택 규모를 크게 옮겨가고 있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다. 이에 더해 세대 분리형로 개조하거나 셰어하우스 등 임대수익을 감안한 활용성이 대두되면서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추세다.

강남 중심의 가격 상승이 선행된 데다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강남권에 우선 집중된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8월 서울 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총 1999건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강남구가 50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송파구 368건, 서초구 291건으로 강남 3구에서만 대형 아파트 거래량의 절반을 훌쩍 넘는 1162건이 확인됐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공급 불일치와 규제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 상승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와 더불어 대형 아파트의 가치 재인식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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