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경쟁 심화와 ‘보이콧 재팬’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는 항공업계가 성수기인 3분기 적자와 함께 올해 최악의 실적이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이스타항공 매각설 등 뒤숭숭한 업황과 맞물려 초유의 업계 재편에 돌입하게 될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항공사들의 실적은 성수기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채 어닝쇼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대한항공 등 주요 항공사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8개 항공사 모두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항공수요가 급감한 측면이 있지만 메인 이슈는 결국 성장 정체에 있다고 보는 것이 업계 내 시각이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수요를 기반으로 해외 여행 수요가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13.4%에 달했던 출국 수요 성장률은 올 상반기 4.8%로 곤두박질쳤다.

더불어 양대 대형항공사(FSC)와 6개 저비용항공사(LCC)까지 8곳의 항공사가 서로 뿐 아니라 해외 LCC와도 경쟁하는 상황에서 올해 3개 LCC에 대한 추가 면허가 발급됐다. 시장 규모에 비해 공급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보이콧 재팬 이슈로 기름이 끼얹어졌으니 향후 업황 반전을 기대할만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업계는 태생적으로 ‘인바운드(해외→국내)’보다 ‘아웃바운드(국내→해외)’ 수요에 기대는 측면이 크고, 그렇게 성장해왔다”며 “현 상황에서 지방공항을 메인 거점으로 하는 신규 LCC들은 제대로 안착이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우리와 국토면적이나 수요에서 비교조차 안 되는 미국의 저비용항공사 개수는 우리와 똑같은 9개에 불과하다. 이같은 과당경쟁 심화와 함께 이미 ‘구조적 불황’이 시작된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내에 만연해 있다.

11개 항공사가 악화된 대내외 영업환경 속에서 이전투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지라 인위적 업계 재편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실제 국내 FSC 양대 축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과 계열 LCC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이미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와 있다.

21일 애경그룹의 컨소시엄 구성 발표와 함께 아시아나 인수전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수자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최종매각 성사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흘러나온 이스타항공 매각설은 어두운 업계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스타항공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매각 추진은 사실이 아니며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올 초부터 꾸준히 매각 관련 이슈가 공공연한 ‘풍문’으로 돌았던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차례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물밑에서는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가 보유지분 39.6%를 960억원 가량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이 먼저 도마에 오른 이유는 일본노선 비중이 타 항공사와 비교해도 크게 높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보잉737맥스 기종을 선제 도입했지만 글로벌 항공사고로 인해 운항을 중단하면서 월 6~7억에 달하는 유지비가 흘러나가는 등 악재도 겹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호중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부터 3달간 국내 주요 공항별 국제선 내 일본 비중은 최대 36.2%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일본노선 내 수익비중이 큰 LCC들은 영업이익 손실이 막대했다. LCC 업계 전반이 노선별 경쟁 심화와 보이콧 재팬 여파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2~3분기 실적 악화를 겪는 중이다.

FSC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역대급 매물로 시장에 나온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12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고 대한항공 역시 같은 분기 1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각사는 희망휴직과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며 경영 긴축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업계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항공수요 성장둔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재편 가능성과 필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단 선결 변수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 LCC들의 통매각·분리매각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통매각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실적 악화와 부채 부담이 적지않아 자회사를 분리해 매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M&A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밝히면서 “전세계적으로 항공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항공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는 LCC 소유주들이 현 시점을 손실 없이 발을 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 (지분 정리 등) 진퇴를 고민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며 “추가 매각설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연쇄적 대규모 인수합병이 진행됐던 2000년대 초반 미국 항공업계 사례처럼 국내 항공시장에도 한차례 격변이 몰아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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