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개인 후원 모아 ‘생명 지키려는 미혼모’ 상담부터 취업까지 지원

<2부> 빌드업 생명존중문화 ⑧ 한동대 구성원이 세운 ‘여성소망센터’

경북 포항 여성소망센터는 한동대 구성원들이 설립·운영하는 위기임신상담센터다. 고은애 상담팀장과 데이비드 리 먼디 대표, 김도형 행정팀장(왼쪽부터)이 23일 젖병 모양의 후원저금통을 소개하고 있다.

경북 포항 북구 여성소망센터는 예상치 못한 임신 후 낙태를 고민하는 이들을 돕는 기관이다.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부터 출산 및 양육, 취업까지 삶의 전 영역을 돕는다. 쉼터 2곳을 운영하며 생명을 지키기로 결단한 여성들을 재정적·정서적으로 격려한다.

여성소망센터의 시작은 2007년 3월이었다. 한동대 교목실장을 남편으로 둔 황민정 사모가 미혼모들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자원봉사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포항극동방송 1층을 빌려 상담을 시작했다. 2012년 경상북도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했다.

센터는 이후 한동대 교수, 교직원들의 개인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되다가 2016년 데이비드 리 먼디(41)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가 센터장을 맡으면서 체계적인 NGO 사역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먼디 교수는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맺거나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심리적·재정적 위기에 놓인다”면서 “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한 여성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돌보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센터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엄마들에게 시설을 개방하는 여성희망센터 모습.

여성소망센터는 숙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업이나 의료혜택, 주거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다리 역할도 한다. 먼디 교수는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를 지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홀로 아이와 함께 살아남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부모 2명이 아이를 키우기도 쉽지 않은데 싱글맘으로 어린 자녀를 키우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센터 직원들이 병원을 같이 가거나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고 돌잔치도 열어주는 등 제2의 부모처럼 그들의 정서적 후원자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성소망센터의 최종 목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걷어내고 혼인 기록이 있더라도 위기상황에 놓인 여성을 제도적으로 돕는 것이다. 먼디 교수는 “기부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선 지역마다 미혼모를 위한 ‘프레그넌시 리소스센터’(pregnancy resource center)를 운영하는데 많은 개인과 교회가 재정과 인력으로 이곳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 가족에겐 적지 않은 후원을 한다”면서 “그런데 저출산 문제로 국가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미혼모나 젊은 부부에겐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먼디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낙태는 불법인데도 교회에서조차 큰 관심을 갖지 않다가 최근에야 갖기 시작했다”면서 “한국교회도 미국처럼 싱글맘이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거나 원활하게 입양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꼼꼼히 마련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낙태 반대 운동을 벌여야 설득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여성소망센터의 주요 업무는 위기임신상담센터 상담활동, 미혼모 가정의 쉼터인 소망의 집 운영, 지역사회 생명교육, 육아시설 개방 등이다. 국내 다양한 미혼모 기관이 있지만, 임신으로 위기상황에 놓인 여성과 비밀상담을 통해 생명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상담하는 곳은 많지 않다.

먼디 교수는 “한국에선 유교 문화가 매우 강한데, 원치 않는 임신이라거나 싱글맘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낙태가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져선 안 된다”면서 “생명 앞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판단이나 정죄가 아닌 어려움에 처한 여성과 아이를 구체적으로 돕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소망센터는 현재 개인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기독교 정체성을 지키고 정부가 요구하는 자격조건에서 벗어나 있는 사각지대의 여성을 더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서다. 2곳의 쉼터와 센터를 운영하며 인건비를 자체 충당하다 보니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

여성소망센터에서 위기임신 상담을 맡은 고은애(37) 팀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 사업을 꿋꿋이 진행하는 것은 위기의 순간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과 고통을 나누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가족과 같은 곳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동대 상담대학원을 졸업한 고 팀장은 “교회가 진정으로 낙태라는 죽음의 문화 앞에 생명이 소중하다고 강조한다면 이제 실천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센터의 도움으로 딸을 출산한 A씨는 “만약 이곳이 없었다면 어린 나이에 출산 대신 극단적 선택을 했을지 모르고 학교 졸업이나 자립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며 “4년이 지난 지금도 주택 교육 의료 등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내게 센터는 친정엄마와 같다”고 울먹였다. 이어 “교회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정죄하고 판단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것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1000여명을 상담했으며 50여명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상담은 카카오 플러스 친구(위기임신상담)나 이메일(contact@whckorea.com)로 진행하며 비밀을 보장한다.

포항=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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