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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고승욱] 공수처법 밀어붙인다고 될 일인가


검찰 개혁 위해 공수처 설치는 불가피하나 법안에 문제 많아
그럼에도 여권은 급히 통과시키려고 안 되는 길만 가고 있어
시민을 위하는 전문 수사기관으로서의 독립적 모습 담아야


개인적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같은 전문 수사기관 신설을 포함하는 검찰개혁안의 기본 방향에 찬성한다.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 내부 비리에 검찰 스스로 엄정하게 문책하지 않을 경우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절박함에도 공감한다. 이번에도 여야가 마냥 싸우다가 법을 만들지 못한다면 검찰 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거친 전망에 동의한다. 2019년 대한민국에 살면서 검찰 개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뭐라도 해야 한다”는 당위론 때문에 찬성표를 던진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대한민국=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대해진 검찰권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검찰권은 실제로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 군사독재정권 유지에 공을 세웠다. ‘논두렁 시계’가 상징하는 정치보복에도 동원됐다. 다른 국가기관을 겁박하며 권한을 키웠고, 스스로를 특권층으로 만들어 시민사회 위에 군림했다. 기소독점권을 악용해 내부의 부패와 비리를 감췄고, 철저한 위계질서 안에서 끼리끼리 챙길 때는 조직폭력배와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을 사안에 따라 분리하는 검찰 개혁은 불가피했다. 검찰이 움켜쥔 권한 중에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정상화하고, 형집행권은 ‘법무부 민간화’를 통해 검찰 업무에서 자연스럽게 분리한다. 기소 여부가 정당한지 평가하는 심의기구에 힘을 실어줘 독점적 권한 행사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한다. 공수처라는 전문 수사기관을 만들어 검찰 내부 비리를 단죄하고, 수사권을 앞세워 다른 정부기관을 압박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는 반드시 해야 했는데 그동안 못했던 일이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검찰 개혁’을 외친 이유다. 문 대통령이 보여준 절박함도 이렇게 분명한 일에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답답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필요성 때문에 앞뒤도, 좌우도 재지 않고 코뿔소처럼 돌진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공수처는 검찰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에서 비롯됐다. 조금은 정상에서 벗어난 형태인 것이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한데 범죄의 종류가 아니라 법을 어긴 사람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수사하는 기관과 재판에 넘기는 방식이 달라지도록 설계돼 있다.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특수한 의미를 제쳐놓고 법리적 원칙만 따지면 모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보통의 전문 수사기관이 갖는 평이한 성격을 뛰어넘는 ‘+α’를 공수처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민을 위하는 검찰, 견제받는 검찰권의 모범적인 모습이 무엇인지를 구현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그렇게 돌아가는 길도 있다”는 공감대가 넓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금 비난받는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무적으로도 공수처 수사 대상자의 인권과 변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된다. 거칠게 밀어붙이기 전에 조금 더 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

게다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더 큰 문제가 생겼다. 공수처법 입안자들에게 최소한의 선의를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을 상대로 청와대, 국무총리, 집권여당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검찰은 국가의 형벌권을 구현하는 기관이다. 과거에 잘못한 일도 있었지만 ‘거악’으로 불리던 권력형 부패를 효과적으로 제거한 공이 있기도 하다. 명예로운 퇴장의 길을 열어주는 게 순리인데 살아 있는 권력은 반대의 길을 택했다. 감정을 자제하지 못했고,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이제 공수처법을 앞에 놓고 사람들은 묻는다. “공직선거법을 먼저 처리한다는 합의를 뒤집으면서까지 공수처법을 급히 통과시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검찰 개혁이 중요하고 시급하기 때문이라는 말은 이 질문의 답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그 말만 되뇐다. “임명권자가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에서의 독립을 어떻게 보장토록 할 것인가.” 조국 사태 이전에는 “법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국민만 바라보며 그렇지 않게 운용해야 한다”는 대답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검찰 개혁을 이뤄야 한다. 더 늦출 수 없다. 그런데 여권의 지금 모습은 안 되는 길만 골라 가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이미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정치적 명분이 됐기 때문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리고 열렬한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더 다가가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인간에게 무오류는 불가능하다. 모든 일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자고 하지 않았는가.

고승욱 편집국 부국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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