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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기자 성기철의 수다] 형제, 사랑과 전쟁


재산·돈으로 다투는 경우 많아… ‘로또 형’의 동생살해 가슴아파
적극적인 사전 위험관리 중요… 근본 해법은 역시 만족과 감사


고이 간직하는, 빛바랜 사진이 하나 있다. 정확히 50년 전, 시골집 안마당에서 찍은 5남매 단체 사진. 당시 우리 집 재산목록 1호였던 암소를 가운데 세우고 태권도복 차림의 대학생 큰형과 중학생 작은형이 뒤에 자리 잡았다. 소 앞에는 초등학교 6학년 누나, 3학년이던 나, 그리고 1학년 동생이 나란히 섰다.

도회지 나가 살던 큰형 친구가 카메라를 가져와 찍어준 것으로 기억된다. 초등학생 셋 모두 가슴에 명찰 단 걸 보면 등교할 때 입는, 그나마 가장 깨끗한 옷을 챙겨 입은 듯하다. 모두 고무신 차림이다. 부모님이 들에 나가신 사이 찍었을 텐데 소를 등장시킨 게 신기하다.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인데다 매년 낳는 새끼가 등록금 밑천이 되었기에 사람 못지않게 귀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따금 이 사진을 들여다보면 형제가 무엇인지, 동기(同氣)간이란 게 무슨 의미인지 상념에 빠지게 된다. 한 아버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10년, 20년 같은 공간에서 우애를 키우는 아주 특별한 사이이다. 동시대를 가장 오랫동안 더불어 사는 피붙이이기도 하다. 촌수(寸數)로 불과 두 마디 사이 가깝고도 가까운 혈육이건만 무심히 흐르는 세월은 그들을 뿔뿔이 흩어져 살게 한다. 6층짜리 집 지어 오순도순 함께 살 거라는 어린 시절 바람은 단 한 번의 실천 노력도 없이 허언이 되고 말았다.

형제는 참 묘한 사이란 생각을 가끔 해본다. 부부는 논외로 치고, 부모와 자식 다음으로 사랑을 많이 나누고 싶은 사이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과 원빈이 연기하는 종류의 진한 형제애 심리를 내면에 갖고 있다고 본다. 농부 형제가 서로 많이 가지라고 쌀가마 짊어지고 상대 창고로 밤새 나르는 탈무드 이야기도 얼마든지 실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성인 형제 사이가 화기애애한 사람 못지않게 남처럼 데면데면 지내는 사람도 참 많다. 잦은 갈등으로 자기 형제자매가 남보다 못하다고 대놓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치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도 어렵잖게 만난다. 안타깝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형제간의 이런 불편한 관계는 흔히 ‘가인 콤플렉스’란 개념으로 설명된다. 성경에 나오는 가인과 아벨 이야기는 경쟁을 넘어 질투하는 형제 관계를 명징하게 설명해 준다. 결국 형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기까지 하는 비극으로 끝난다. 요셉에 대한 형들의 살해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야곱의 장자권 빼앗기 속임수,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묘사하는 형의 불만 등은 형제 사이가 여차하면 불화로 번질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길고 긴 인류 역사는 형제간 극단의 불화를 다반사로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왕위 계승을 위한 형제간 살육이다. 우리 조선시대만 해도 태종 이방원이 벌인 두 차례 왕자의 난에서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혈육의 사랑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수양대군 세조의 두 동생 살육도 마찬가지다. 비정상 국가인 북한 김정은의 형 살해극은 또 어떤가. 권력을 얻고자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이다.

재벌가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LG그룹처럼 없는 게 이상할 정도로 하도 많아서 꼴불견이다. 삼성 현대 롯데 한진 금호아시아나…. 재벌닷컴에 따르면 50대 그룹 가운데 무려 18곳이 혈족 간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 싸움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다. 막말이 오가는 공개 비난전을 보면 한 부모한테서 나온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형제 갈등의 대부분이 재산 문제, 돈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상속과 관련된 재산 분쟁은 유교문화의 장자 상속 관행과 현행 민법상 균등상속 제도가 충돌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봐야겠다. 부모가 관행에 따라 장자 중심으로 재산을 넘겨주는데 대해 딸을 비롯한 다른 자녀들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갈등이나 분쟁은 물려줄 재산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더 주고 싶은 자녀, 덜 주고 싶은 자녀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어딘가 부족한 자녀에게는 당연히 더 챙겨주고 싶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눠줄 재산이 있다면 죽기 전에 상식선에서 정리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죽을 때까지 경제권을 가질 필요도 있으니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유언을 남기는 수밖에 없다.

상속 재산 말고도 형제가 금전 거래를 하다 다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무래도 남보다는 거래가 잦은 탓일 게다. 좋은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받다 일이 꼬일 경우 예상 밖 분쟁으로 격화할 수 있다. 얼마 전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로또 형’의 동생 살해 사건이 그런 경우다.

로또 1등에 당첨돼 누나와 동생들에게 1억원씩 나눠줄 때는 얼마나 사이가 좋았을까. 하지만 음식점 운영이 잘 안 돼 동생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고, 그 이자 갚는 문제로 형제간 다툼이 잦아졌다고 한다. 급기야 술에 취한 형이 동생을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은행 빚 4600만원, 월 이자 고작 20여만원 때문에 일순간 천륜이 깨지고 말았다.

돈거래는 부자간에도 하지 마라 했지만 말처럼 되진 않는다. 형제간에도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살다보면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위험관리다. ‘섭섭하다’ ‘너무한다’ ‘그럴 줄 몰랐다’ 따위의 말이 오갈 정도가 되면 해법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형제 사랑과 부모 희망사항이 해법의 잣대가 되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는 않을 테다. 최종적인 답은 역시 만족과 감사 아닐까 싶다.


성기철 경영전략실장 겸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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