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대구 결의대회’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 시민 등 5000여명이 ‘지방분권 개헌’이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왼쪽, 왼쪽 두번째), 권영진 대구시장(가운데) 등이 참석했다. 대구시 제공

지방이 위기다. 이젠 ‘지방’이란 단어만 들어도 ‘수도권으로만 인구집중’ ‘지방소멸’ ‘인구유출 인구절벽’, ‘예산부족’ 같은 부정적인 말이 먼저 떠오른다. 때문에 지금 각 지방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고루 잘 사는 ‘지방분권’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지방위기의 시대에 대구가 지방분권 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대구, 지방분권 운동 길을 내다

대구는 지방분권 노력에 있어선 선구자라 불릴 만하다. 2011년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2012년 9월 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했다. 2016년 10월 전국 최초로 대구 8개 기초단체가 모두 분권협의회를 구성했으며 광역과 기초가 연대하는 ‘대구시 지방분권협력회의’도 출범시켰다.

지방분권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방분권을 쉽게 알리기 위해 찾아가는 구·군 분권 토크와 청소년 지방분권 아카데미, 지방분권 대학생 SNS 홍보단 구성, 지방분권개헌 대구결의대회, 초등학교 4학년 지방분권교육, 영호남 지방분권 대토론회, 지방분권개헌 실천 대구 범시민 결의대회, 전국 지방분권 콘텐츠 공모전, 지방분권 플래시몹 등 지방분권운동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는 시민적 공감대 확산과 참여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제2차 지방분권 추진 3개년 계획도 수립했다.

특히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지방분권 뮤지컬’을 전국 최초로 기획·제작했다. 이 뮤지컬은 지난해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 메인무대에 축하 공연으로 올라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올해 제43차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도 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대구시가 이처럼 지방분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길이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전체 인구의 49.5%, 지역내총생산(GRDP)의 49.4%, 국내 상장사의 72%, 시가총액의 86%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3분의 1인 85개의 지자체가 곧 소멸(한국고용정보원·2017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각 지방마다 수도권으로의 청년유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다가 저출생, 고령화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역 전통산업의 위기와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지방에서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선 지방분권이 바탕이 된 지방자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지방분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뮤지컬의 공연 모습. 대구시 제공

지방분권 확산 중심도 대구

지방분권운동의 전국 확산 구심점도 대구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지방 4대 협의체로 지방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7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대구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다.

지방 4대 협의체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대구의 지방분권 운동 노하우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방 4대 협의체는 29일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방문했다. 지방분권 계류 법률이 조속히 통과돼 지방분권이 제도적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지난 22일에도 지방 4대 협의체, 국회의원, 시민사회 등이 함께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방 4대 협의체는 오는 12월에도 지방분권 촉구 결의대회를 열어 수도권에 지방분권에 대한 지방의 열망을 전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가 그동안 지방분권과 관련해 처음 시행한 사업도 많고 관련 연구도 많이 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여있다”며 “지방 4대 협의체 활동에 대구의 지방분권 운동 경험이 분명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지방분권에 필요한 지방의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드는 일에도 열심이다. 대구시는 지난 23일 지역대학·공공기관·기업과 지역 인재를 공동으로 양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청년들을 지역에 머물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내 우수인재의 수도권 유출이 심화돼 지방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지역사회 전체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대책이다.

대구시는 또 광주와의 달빛동맹을 통해 영호남 상생 분위기를 만들고 공동 경제성장을 위해 협력하는 상생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사업을 함께 추진하며 시너지 효과을 내고 있다. 물 산업, 미래차, 의료관광 등 신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자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제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지자체 경쟁력 확보를 통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시도들이다.

▒ 권영진 대구시장
“국민 모두가 잘 사는 지방분권 이루는데 구심점 역할 할 것”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균형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겠습니다.”

권영진(사진) 대구시장은 28일 지방분권을 위한 대구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처럼 대답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에 뽑힌 그는 “대구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도 했다.

권 시장은 현재 정부가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 정책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 정부가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실현을 국정의 주요과제로 설정하고 지난해 9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어 큰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분권의 첫 단계인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재정 확충 관련 법률안, 자치경찰제 법안, 지방이양일괄법 등 관련 법안이 우선 통과돼야 한다”며 “지난 3월 정부가 발의한 지방자치법안은 30년만의 전부개정안으로 연내 통과가 꼭 돼야하지만 지자체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일부 규정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시장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지방 간 소통과 협의를 통해 뜻을 모아 지방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자치분권, 재정분권 강화와 관련된 각종 법률 제·개정안이 연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전국 17개 시·도지사들과 힘을 모을 생각이다”며 “법률안 통과를 위해 지방 4대 협의체와도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역할도 강조했다. 전국 최초 지방분권 조례 제정 등 일찌감치 지방분권 운동에 뛰어든 대구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 시장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광역·기초 협력과 시민 참여 활성화를 통해 지역 내 지방분권 공감대를 더 확산시킬 것이다”며 “대구가 전국적인 지방분권 추진기반 강화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타 시·도와의 연대에도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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