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입시학원의 윈터스쿨(겨울방학 프로그램) 설명회. 입시학원 관계자가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수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칠판에 ‘2022 대입 주요 변화(예비 고2)’ 제목의 파워포인트 화면이 올라왔다. “정시 확대 방침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이 중요해질 겁니다.” 강사는 수능이 다시 뜰 것이라는 말부터 꺼내들었다. 학부모 50여명은 입시 자료집을 들춰보며 주요 내용을 메모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이 연 윈터스쿨(겨울방학 프로그램) 설명회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 발언을 꺼낸 이후 사교육 시장은 요동을 시작했다. 당장 수능 수혜주로 꼽히는 메가스터디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발언 당일 1만3450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정시 비중이 확정된 게 아니라는 ‘톤 조절’ 메시지가 나오자 안정을 찾은 뒤 6.49% 상승 마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교육 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다시 정시 확대를 강조하자 메가스터디 주가는 장중 다시 1만4750원까지 뛰었고, 종가는 전날보다 9.92% 상승 마감했다. 28일은 직전 거래일보다 3.76% 하락했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정시 확대는 맞는 것 같지만 실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몰라 불안한 학부모와 수험생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닷새간 지켜본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주요 학원가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내신 위주의 학원 수강생들은 다시 정시 준비를 위한 학원 수업을 하나 더 챙겨야 하는지부터 궁금해했다.

지난 24일 노원구 중계동의 학원가에서 만난 일반고 1학년 학생은 “수시를 강조하다가 지금은 또 정시를 늘린다고 한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지금은 수시와 정시를 둘 다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수시 전형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비율이 갑자기 줄어든다고 하니 막막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정책이 계속 바뀌어 일단 짜증부터 난다”며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일단은 더 많은 준비를 해둘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도 “갑작스러운 정시 비율 확대 논의가 혼란스럽긴 하다”며 “수시 이월 인원(수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정시에서 모집하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정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시도 같이 중요하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시 정보를 공유하는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나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한 각종 전망과 전형별 유불리를 따지는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정시 확대 방향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초등학생 부모들도 다시 로드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다시 아이들이 잘못된 방향의 실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슬프다” 등의 반응들이 나왔다.

거꾸로 입시학원은 차분했다. 서울의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정시 비율이 커지면 학원들은 또 그 방향으로 움직이면 된다. 학원가는 이미 정시 확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시를 늘리든 줄이든 제도 변경은 사교육 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제도 변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판 임주언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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