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영화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영화 주인공 연령대인 30~39세가 경력단절여성의 48.0%를 차지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3일 개봉 이후 줄곧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인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소설에 이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화 평점은 남녀 성(性) 대결 양상을 띠고 온라인에선 “세상의 많은 김지영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란 의견과 함께 “사회 혼란만 야기하며 유난 떠는 페미니스트 영화”라는 비난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 통계를 대입해보면 영화 속 김지영을 마냥 뜬구름 잡는 인물로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취업, 경력단절, 베이비시터 문제 등 김지영이 영화 속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2018년 여성가족부의 여성 통계상 나타난 한국 여성의 현실과 비교해봤다.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김지영은 지난해 기준 50.9%의 여성 취업률(여성가족부 통계)을 뚫었다. 그러나 결혼 및 출산과 함께 20.5%의 경력단절 여성이 된다. 작년 4월 15~54세 기혼여성 900만5000명 중 184만7000명이 경력단절 여성인데 연령대로 나누면 38세 김지영이 속한 30~39세의 비중이 48.0%로 절반에 달한다. 경력단절 사유 1~3위가 김지영이 겪은 결혼, 육아, 임신 및 출산이다.

재취업을 꿈꾸던 김지영은 아이를 맡길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 포기한다. 김지영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한 아이돌봄서비스는 2017년 8만1000가구가 신청했지만 1만8000가구(22.2%)가 아이돌보미를 연계받지 못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8년 아이돌봄서비스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서비스 이용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두 번째로 많은 답이 ‘서비스 연계까지 오래 걸려서’였다.

결국 김지영의 남편 대현이 육아휴직을 알아보지만 동료들이 만류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육아휴직 한 남성은 1만2000명으로 13.4%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40%가 넘는 북유럽 복지국가와 상당한 격차다. 대현의 동료들은 “육아휴직 갔다오면 네 책상이 빠져있을 것”이라고 한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못 쓰는 주된 이유로 승진 누락과 핵심 업무 제외, 직책 박탈 등이 꼽힌다.

김지영의 주변도 김지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에 간 김지영은 그곳에서 처지가 비슷한 서울대 공대 출신 엄마, 연극영화과 출신 엄마를 만난다. 이들은 수학문제를 풀며 마음을 다스리거나 아이 동화책을 읽어줄 때 전공을 살린다고 말한다. 여가부에 따르면 2018년 여학생 대학진학률은 73.8%로 남학생(65.9%)보다 높지만 여성 취업자 중 대졸 이상 비중은 43.8%로 남성 비중(48.8%)보다 낮다.

김지영이 동경하는 회사 선배 김 팀장은 출산 한 달 만에 복직한 ‘철의 여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첫째 자녀 임신 직전 취업 중이었던 기혼여성 중 40%만 출산휴가를 썼다. 그런 김 팀장도 남성에 밀려 승진을 못해 새 회사를 차린다. 회사 내 여성 차별을 의미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29위 꼴찌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의 생계부담을 덜어주려면 자신의 아내가 일해야 하고 이는 또 다른 김지영인 셈”이라며 김지영을 적대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김지영을 한 여성이 겪는 특별한 일로 볼 게 아니라 인권과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여기에 대한 남녀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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