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공정성 시비·채용 비리 발생하고 노사·노노 간 갈등 심해져
노동시장 개혁·기업 친화 정책으로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


도로공사(도공)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의 도공 직고용과 관련된 노사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지속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경우 ‘1심 승소 시 직접 고용, 판결 전까지는 임시직 신분’이라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을 노사 양측이 받아들이면서 지난 9월 초에 시작한 도공 본사 점거 농성을 풀었으나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도공의 직고용을 요구하면서 여전히 농성 중이다.

도공 톨게이트 수납원의 근로자 지위와 관련된 분쟁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 비정규직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 4차 산업과 미래의 직업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공의 수납 업무는 원래 도공 근로자들이 직접 담당했었다. 그러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 방침으로 퇴직당한 직원들이 용역업체를 설립, 수납업무를 맡도록 하면서 톨게이트 수납업무의 외부 위탁이 시작됐다.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들이 시행되고 2010년대 초반부터 현대자동차 등에서 하청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관련된 법적 문제들이 제기되자 도공 톨게이트 근로자들도 사용자가 도공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수차례 제기했고 지난 8월 가장 먼저 제기된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도공은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5000여명의 톨게이트 근로자를 자회사를 세워 전직시켰는데, 전직을 거부한 1500여명 중 300여명을 대법원판결로 직접 고용했고 이번 합의로 1심에서 승소한 100여명이 추가로 직접 고용된다. 2015년 이후 도공의 관리자가 톨게이트 영업소에서 철수했고 공개입찰을 거치는 등 파견법 위반 소지를 없앴기 때문에 앞으로의 판결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도공의 입장이었다. 농성을 계속 중인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상당수가 1심에 소송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공 톨게이트 근로자들의 농성 사태는 현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촉발된 측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많은 희망을 가지게 했다. 특히 용역회사의 계약직 근로자(안내 승무원)였으나 용역회사로의 정규직 전직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패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0여 년간 투쟁하였던 KTX 용역업체 근로자들을 KTX 사장이 직권으로 직접 고용해 많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과도한 기대를 하게 했다.

2년 기간이 경과한 비정규직 전환 정책의 성적표는 특정 시점 기준으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없앤다는 무리하고 일방적인 정책이 준비 없이 시행된 결과 기대 이하이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자회사 전직을 둘러싸고 노사·노노 간 갈등이 심하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였던 인천공항공사조차도 정규직 전환율이 30%이고 많은 비정규직이 자회사로 전직됐다. 민간회사인 용역회사에서 공공기관의 자회사로 전직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고용은 안정됐으나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불만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3일 “정규직 전환 약속 지켜라”를 주장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원청기업의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들도 기존의 정규직에 비해 처우가 떨어진다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경쟁을 뚫고 들어온 자신들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는 전환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기본급의 비중이 낮고 호봉제인 공공부문의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대부분의 경우)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전환됐기 때문에 추후 노노 갈등, 인건비 폭등이 예상된다.

기준 없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서울교통공사 등 여러 기관에서 공정성 시비와 채용 비리가 발생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이야기대로 수납원 업무는 ‘없어지는’ 일자리이다. 도공은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도입 중에 있었는데, 이 정부 출범 이후 자회사로 전직한 수납원들 일자리를 위해 부지 매입을 하고 영업소를 짓는다고 한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재교육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해야지 없어지는 일자리를 억지로 붙들어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1만원’ ‘주52시간제’는 성급하게 시도돼 공보다는 과가 많은 노동정책이다. 2020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9% 인상돼 과도한 인상은 멈췄다. 주52시간제의 중소기업 적용은 유예를 검토하고 있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실리콘밸리엔 출퇴근 시간이 없다며 ‘주52시간 재검토’를 호소하였다. 비정규직 정책의 경우 희망고문을 하기보다는 직무급제 도입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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