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생전 어머니 얘기를 하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 때문이다. 그 비밀은 김 대통령 사후 발간된 ‘김대중 자서전’을 통해 밝혀진다. 김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내 어머니는 평생 작은댁으로 사셨다”고 고백했다. 김 대통령은 “나는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 출생과 어머니에 관해 일절 말하지 않았다”며 “많은 공격과 시달림을 받았지만 침묵했다”고 했다.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 드리고 싶어 그랬다고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1960년 9월 경남 거제 부모님 댁에 침입한 무장괴한이 쏜 총에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김 대통령은 생가와 가까운 곳에 어머니를 모셨고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어머니 묘소를 찾았다. 92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에는 당선통지서를 어머니 묘소 앞에 놓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늘 측근들에게 “어머니 곁에 잠들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그의 유해는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어머니는 가난에 대한 한이 많은 분이었다. 노 대통령은 “어머니는 자식들을 매우 사랑했지만 가난한 상황, 돈이 없어 수모를 당하는 것을 몹시 분하게 여겼다. 가난으로 인한 고생에 대해 한이 맺혀 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한을 듣고 자랐다고 했다. 남편에 대한 원망과 가난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북한에서 월남해 시장에 좌판을 깔고 구호물자 옷가지를 팔거나 연탄 배달을 하면서 장남을 대통령으로 키운 강인한 어머니였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암표 장사를 해보려다 아들 모습이 떠올라 빈손으로 발길을 돌린 염치를 아는 어머니였다. 생활고에, 아들 옥바라지에 순탄치 않은 삶이었으나 역대 대통령의 어머니로는 처음으로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셨으니 지난했던 삶에 대한 보상은 되지 않았나 싶다.

임종을 지킨 문 대통령은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SNS를 통해 어머니를 여읜 애틋한 심경을 전했다. 천붕(天崩), 부모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부모의 죽음 앞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느끼지 않는 자식이 있을까.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게 인륜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플이 넘쳐난다. 금수나 하는 짓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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